고혈압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들의 절반 정도가 자신이 고혈압인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래서 금연, 절주, 운동 등의 합병증 예방 수칙도 실천하기 어렵다. 고혈압이 뇌졸중과 같은 중증 심뇌혈관 질환으로 악화하는 이유다.
심뇌혈관 질환은 암과 더불어 한국인의 주된 사망 원인이다.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하면 빠른 시간 안에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조기에 증상을 알아채지 못해서 그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흔하다. 고혈압 환자들의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과 부족한 조기 증상 인지도는 뇌졸중 사망률을 높이고 있다.
인천 시민도 이러한 심뇌혈관 질환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고혈압 48만명…뇌졸중 사망률 4위
고혈압·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은 인천 시민 삶의 질을 뒤흔드는 대표적 만성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계해보면 인천지역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고혈압 환자는 약 48만명에 이른다.
뇌졸중 사망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2014년 인천의 인구 10만명당 뇌졸중 사망률은 35.1명으로 전국 평균 30.9명을 웃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4번째로 높은 수치다.
심뇌혈관 질환은 여느 질병보다도 평소 생활습관과 관련돼 있다. 심뇌혈관 질환은 심근경색증을 비롯한 심장 질환,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과 고혈압·당뇨병·동맥경화증 등 선행 질환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심뇌혈관 질환의 예방과 관리는 건강한 혈관에 달려 있고, 건강한 혈관을 위해선 금연·절주·식이요법 등 건강한 생활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천 시민의 건강 생활 실천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특히 남성은 건강한 생활과 거리가 멀다. 지난달 18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5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를 보면 인천시 성인의 건강 생활 실천율은 32.6%로 전국 평균인 31.6%보다 조금 높았다. 그러나 남성은 22.5%로 전국 평균 23.6%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문제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은 고혈압 환자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인천시 남성 고혈압 환자들의 흡연율은 36.6%에 이른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지난 2012년 조사 결과와 같다.
▲찾아가는 검진…증상 인지도 높아져
심뇌혈관 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대한 변화의 싹도 조금씩 트고 있다. 시는 지난 2013년부터 시민에게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 최초로 경기장 전광판을 활용해 뇌졸중 조기 증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공익광고도 내보내고 있다.
해마다 연인원 100만명 이상의 시민에게 색다른 홍보 활동을 벌인 끝에 지난 2012년 전국에서 가장 낮았던 뇌졸중 조기 증상 인지도(10.2%)는 2년 만에 9.5%p나 뛰어올랐다. 최상위권을 차지하던 뇌졸중 사망률도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4위권으로 떨어졌다.
시는 지난달 17일 '세계 고혈압의 날'을 기점으로 건강 생활 실천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고혈압·당뇨병·비만·고지혈증 검진과 금연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는 심뇌혈관 질환 예방·관리 홍보 버스를 연중 운영하면서 찾아가는 검진·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성인 남성을 중심으로 고혈압 등을 검진하고, 군·구 보건소와 보건복지부 지정 인천금연지원센터에 연계하는 서비스를 펼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일회성 검진이나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보건소의 심뇌혈관 질환 예방 사업에 연계하거나 금연지원센터 캠프에 입소하도록 돕고 있다"며 "뇌졸중을 비롯한 고혈압 합병증 발생률 '제로'를 목표로 예방·관리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보건복지부·인천시·본보 연중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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