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경주는 단골 수학여행지였다.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였기에 둘러볼 데가 정말 많았다. 그 중에서 '세계 최고(最古)의 천문대'를 자랑하는 첨성대(瞻星臺)를 구경하곤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국보 제31호로,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때 건립했다. 경주를 상징하는 이정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름대로 별(星)을 보는 용도였다. 하늘의 움직임을 계산해 농사 시기를 정하고, 나라의 길흉을 점쳤다고 전해진다.
첨성대는 한반도 고대 건축물 중 유일하게 후대 복원이나 재건 없이 창건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된 문화재다. 남동쪽으로 난 창을 중심으로 아래쪽은 막돌로 채워져 있고, 위쪽은 정상까지 뚫려서 속이 비어 있다. 사람이 가운데를 통해 올라가도록 설계됐다. 바깥쪽에 사다리를 놓고 안으로 들어간 후 꼭대기까지 올라가 하늘을 관찰했다고 알려진다.
요즘은 천체에 대한 호기심 등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전국 곳곳에 천문대가 자리한다. 이들 중 한국천문연구원 소속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사이 보현산 천문대, 충북 단양의 소백산 천문대, 대전의 대덕 전파천문대가 유명하다. 국내 '3대 천문관측소'로 불린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게끔 한 이들 천문대는 대형 광학망원경을 통해 신비한 '별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그런데 인천엔 이런 천문대가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같은 수도권인 서울 노원구와 경기 과천·부천·포천 등지엔 국공립 천문대가 있어 시민들의 천체 관측을 돕는 데도 말이다. 강화군이 이에 착안해 '강화천문과학관' 건립을 추진해 관심을 모은다. 하점면 내 옛 강후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해 올해 말까지 짓기로 했다. 군은 사업비 100억여원을 들여 연면적 1천420㎡ 규모의 2층 폐교 건물을 용도에 맞게 개조할 방침이다.
강화군은 2021년 문화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폐교 시설을 매입하고, 천문과학관 조성 사업을 본격화했다. 구조안전진단 평가에 따라 노후 시설 일부를 철거하고, 건물 리모델링과 함께 신축 공사를 병행한다. 과학관엔 고성능 망원경을 갖춘 천체 관측실을 비롯해 가상의 우주를 탐험할 천체 체험관과 전시·교육실 등이 들어선다. 이제 강화도가 새로운 천체 관측 명소로 자리를 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
강화도는 도시의 빛 공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곳으로 평가된다. 천체 관측에 알맞은 환경을 갖춘 셈이다. 천문과학관의 구체적 시설 운영 방안과 교육 프로그램 계획 등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 전국에 산재한 천문대를 둘러보며 장점을 따오는 일도 괜찮을 듯싶다. 그렇게 해서 천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길 기대한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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