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를 가나 도서관과 박물관은 그 곳의 문화 역량 지표로 삼는다. 그만큼 장서 수와 유물·유적 등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책은 지식과 마음을 풍부하게 만드는 양식이요, 유물·유적은 자신들의 선조가 살아온 결과물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오늘날 세계 유수의 도서관과 박물관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립도서관도 그런 구실을 톡톡히 했다. 비록 일제 강점기인 1922년 1월 '인천부립도서관'이란 이름을 달고 개관했어도, 시민들의 '지적 목마름'을 해소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했다. 처음엔 우리나라 첫 서양식 건물이던 세창양행 사택 청광각(중구 송현동)을 매입해 세웠다고 한다. 인천부립도서관은 부산·대구·서울에 이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문을 연 공공도서관이다. 해방 후 1946년 중구 율목동으로 옮기고, 1949년 8월엔 인천시립도서관으로 개칭했다.
나이 지긋한 인천인들은 '율목도서관'을 빛바랜 사진 속 장면으로 남길 만하다. 지금이야 공공도서관이 수두룩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율목도서관이 유일했다.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 위치한 율목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찾아 읽거나 공부를 하는 학생이 무척 많았다. 시민들이 도서관을 가까운 '벗'으로 삼아 아끼던 때를 기억한다.
인천시립도서관은 반세기에 걸친 율목동 시대를 마감하고 2009년 남동구 구월동으로 이전했다. 이름도 미추홀도서관으로 바꿨다. 명실상부한 인천의 대표 도서관으로 자리를 잡아 시민들에게 지식과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미추홀도서관은 지난해 1월 '도서관 100년' 제막식을 열었다. 행사에서 도서관 측은 앞으로 100년 뒤 시민에게 전달할 메시지와 추천 도서 목록을 타임캡슐에 담아 묻은 '응답하라 2122'를 마련하기도 했다.
미추홀도서관과 5개 분관의 소장 장서가 5월1일 기준 100만권을 넘어섰다. 인천부립도서관 개관 당시 장서는 900여권에 불과했지만, 그동안 폭발적으로 늘어 오늘에 이른다. 2013년부터는 송도국제기구·청라호수·청라국제·영종하늘·마전도서관 등 5개 분관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미추홀도서관은 장서 100만권 달성을 기념해 이달 말까지 다양한 경품 추천 행사를 진행한다
미추홀도서관의 새로운 100년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지역에 빼어난 도서관이 있어 시민들에게 큰 자부심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앞으론 도서관이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모임이자 문화공간 등으로 뛰어넘었으면 한다. 책이 인생을 바꿀 지대한 영향력을 품고 있는 만큼, 도서관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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