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Diaspora)는 '흩어진 사람들'이란 뜻이다. 팔레스타인을 떠나 온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던 말. 이를 바탕으로 기획된 제11회 디아스포라 영화제(인천시영상위원회 주최)가 오는 19∼23일 중구 애관극장과 인천아트플랫폼 등지에서 열린다. 1902년 우리나라 첫 이민사를 기록하고 있는 인천에서, 영화를 통해 차별과 편견 등으로 소외를 받는 이들의 다양한 가치를 나누고자 마련됐다.
이 영화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 퍼진 디아스포라 관련 문제를 다각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많은 이에게 공감과 상생의 기틀을 세워준다. 이젠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화제 핵심은 '다름에 대한 관용'과 '공존과 환대'다. 여기에 더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영화제가 올해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아무래도 재외동포청과 얽혀 있어서다. 인천시는 지난 8일 재외동포청 유치 성공을 이끌면서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 지원 전담기구로, 한국 이민 역사를 품은 인천에서 다음 달 5일 문을 연다.
인천은 그동안 전국에서 재외동포청 유치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벌였다. 인천에서 국내 이민 역사가 출발했다는 점 등을 들어 재외동포청을 인천에 신설해야 마땅하다는 게 시민들의 목소리였다. 재외동포청은 외교부 산하 첫 청(廳)급 기관으로, 재외동포재단과 각 부처에 흩어진 재외동포 관계 업무를 모두 이곳으로 이관한다.
다양한 이민자가 들고나는 인천은 '디아스포라'란 단어에 꼭 맞는 도시이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그 뜻을 폭넓게 조망하고, 대중과 다름에 대해 포용할 수 있도록 힘을 쏟는다. 이주·이산·이동·분산 등을 주제와 소재로 삼아 소외를 당하는 이들을 다룬 영화를 주로 골라낸다. 사회·정치·경제·문화적인 이유로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대상이다. 인천시영상위원회는 이에 걸맞은 출품작을 최종 선정해 시민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 동포들이 거주하는 국가와 인구는 193개국 732만여명에 이른다. 중국과 인도 등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재외동포 규모라고 한다. 재외동포청이 이렇게 각국에 뿌리를 내린 동포들의 '구심점'으로 자리를 잡아 잘 보살피길 소망한다. 아무튼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재외동포청을 유치한 인천에서 하와이 이민 선조 후예들을 좀더 따스하게 맞이했으면 싶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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