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우 경기 동부취재본부 부장

지난달 말 광주시는 5급 이하 공직자 518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승진 111명, 전보 270명, 신규 123명, 휴직 13명, 의원면직 1명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다. 승진자는 5급 6명, 6급 17명, 7급 41명, 8급 46명 등이다.

여기에 올 초 용역 발주한 2020년 광주시 조직진단 결과가 10월5일 시행됨에 따라 시는 민선 7기 3년 추진동력 집중화, 급변하는 행정수요 대응, 인력부족 개선, 조직체계 구축 등의 목표로 미래전략본부(4급 사업소), 정책지원실, 행정지원과 등 신설과 3개동 분동 등 조직개편도 함께 진행했다.

이 같은 요인으로 단행된 대대적인 인사는 잡음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후유증을 낳고 있다. 신설되는 미래전략본부장 자리인 4급 승진 요인이 있음에도 승진자를 결정하지 않고 비워둔 인사, 창의개발 TF팀 전보인사, 당사자도 몰랐던 기습인사 등.

이에 대해 광주시공무원노조는 성명을 발표하고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신동헌 광주시장이 '창의개발 TF팀'이란 명칭을 붙여 징계 성격의 '공무원 길들이기' 인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인사권자의 임의적 판단에 의한 창의개발 TF팀 발령은 인사권의 변칙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럴듯한 운영계획을 밝혔지만 창의개발 TF팀이 창피 주기 인사라고 했다.

게다가 신설된 부서 등은 사무실과 집기 등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채 직원들만 인사가 난 상태라서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직원들이 거의 교체되는 바람에 민원업무를 하지 못하는 등 갈팡질팡한 상태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면 왜 이런 인사를 단행했을까? 이번 인사 후유증을 예측 못했을까? 이번 인사는 민선 7기의 신동헌 시장의 3년차 인사다. 임기 후반기를 맞아 레임덕이 올 때쯤 단행된 것으로, 신 시장이 전반기 2년 동안 공직사회를 지켜보고 고심 끝에 내린 인사라는 평이 공직사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수년 동안 광주시 발전에 대한 플랜을 준비하고 시장으로 취임한 신 시장은 이 플랜을 시행하려고 했으나 움직이지 않고 복지부동과 보신주의에 빠진 공직사회를 바라보게 됐다는 것. 또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고위공직자들의 모습에서 회의를 느꼈다는 것이다.

신 시장은 틈만 나면 직원들에게 “먹골배가 유명하게 된 것은 썩은 가지를 자르면 건강한 새 가지가 나와 좋은 배를 맺게 되기 때문”이라며 움직이지 않는 공직사회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번 인사에 4급 승진자를 배제한 것도 승진 요인을 놓고 승진대상자들의 경쟁을 유도해 연말 승진 평가를 위해 이례적으로 배제했다는 것. 이와 함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직원들 전진 배치와 여성 공직자 전진 배치한 것도 일하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잠자고 있던 공직사회를 깨우기 위해 인사 관행을 깬 독특한 신 시장의 이번 인사에 대해 최근 자매 도시에서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먹골배 명품론'을 지론(持論) 삼고 있는 신 시장은 후반기 레임덕을 극복하고 일하는 공직사회를 위해 인사 후유증을 감안하고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장고(長考) 끝에 결행된 신 시장의 인사 포석(布石)으로 공직사회가 잠에서 깨는 혁신 인사가 될지,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