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구 안산초교 주변 심야엔 각종 폐기물 몸살
오후 11시. 불 꺼진 인천 계양구 안산초등학교 담 따라 어른 키만큼 쓰레기가 쌓였다.
오각형 모양 학교 부지 꼭짓점에 서 있는 5개 전신주를 기준으로 온 동네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있었다. 종량제 봉투부터 종이상자, 침구류, 침대 매트리스, 깨진 거울까지 온갖 것이 나와 있었다. 널브러진 모습을 아무리 살펴봐도 규칙 같은 건 없었다. 주민들도 양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와 다들 대충 두고 자리를 뜰 뿐이었다.
지난달 29일 화요일이었던 이날은 계양구 재활용 쓰레기 배출일이다. 한 노인이 손수레를 끌고 와 맨손으로 폐기물 더미를 뒤져 종이나 플라스틱처럼 돈 되는 물건을 담았다. 자정이 넘자 인도나 차도 할 거 없이 안산초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쓰레기 천지였다. 아침까지 수거된다고는 하지만 학생들은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쓰레기장이었던 길 위를 지나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안산초 아이들이 이렇게 쓰레기에 노출된 이유는 학교가 빌라나 단독주택, 다세대 주택에 둘러싸여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로 옆 계산택지만 봐도 어린이보호구역에 생활쓰레기를 배출하는 일은 드물다.
아파트처럼 대규모 공동주택에선 단지 한 쪽에 폐기물을 종류별로 모아 관리하면서 생활과 격리하는 데 반해 일반 주택 골목에는 변변한 수거함 하나 마련돼 있지 않다. 집 앞이나 주변 전신주, 담벼락에 두면 그만인 식이다. 연탄 때던 시절 연탄재 내놓는 방식에서 크게 변화가 없다. 골목 쓰레기 행정이 수십 년 동안 정체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계양구뿐만 아니라 인천 전체에 해당한다. 특히 낙후된 주거 지역이 많은 원도심에선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도무지 해결 기미가 없는 주택가 주차난처럼 밤마다 골목에 방치된 쓰레기 때문에 주민들은 몸살을 겪고 있다.
빌라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선미(35·인천 남구)씨는 "가로등 아래 쓰레기 잔뜩 쌓여 있고 굶주린 길고양이가 쓰레기 봉투 뜯어 오물 흘러 넘치는 게 우리 동네 골목 풍경"이라며 "무료로 버리는 것도 아니고 종량제 봉툿값 내면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천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구에서 정한 배출 방식에 맞춰 폐기물 종류별로 정리해 문 앞에 깔끔하게 두면 많이 해소될 수 있다"며 "무단 투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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