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국민, 피고 대한민국에 배상청구소송
2009년 발생 '용산참사' 모티브…강제철거 현장 살인사건 이야기
現사회 본질왜곡에 덤덤한 시선…제작 완료 후 상영까지 2년 걸려

"피고는 경찰이 아들을 죽였다고 하고, 검사는 철거용역이라고 한다. 원고 국민,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진실을 묻다!"

지방대 출신, 학벌 후지고, 경력도 후진 2년차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게 된다. 그러나 구치소에서 만난 박재호는 아들을 죽인 건 철거깡패가 아니라 경찰이라며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한다.

변호인에게도 완벽하게 차단된 경찰 기록,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듯한 검찰, 유독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접근해오는 신문기자 수경(김옥빈). 진원은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선배인 이혼전문 변호사 대석(유해진)에게 사건을 함께 파헤칠 것을 제안한다.

경찰 작전 중에 벌어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살인사건, 진압 중에 박재호의 아들을 죽인 국가에게 잘못을 인정 받기 위해 진원과 대석은, 국민참여재판 및 '100원 국가배상청구소송'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누군가의 생존권이 또 다른 누군가의 이권이 되는 곳, 재개발·재건축 현장이다.

영화 <소수의견>은 지난 2009년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일어난 화재로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제작이 완료됐음에도 극장에 걸리기까지 2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동명 원작 소설의 작가인 서아람 작가가 지난해 11월, 자신의 트위터에 "CJ E&M이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개봉을 1년간 연기해왔던 '소수의견'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폐기처분 하기로 결정했다"며 "정권에 보내는 수십억짜리 화해의 메시지인 셈이다. 고등법원에서 검찰이 CJ E&M 영화들을 언급하며 괘씸 죄목의 뉘앙스를 흘려주니 바로 수습에 들어간 모양"이라고 비난하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 비극이 어떻게 수습되는지에 주목한다.

경찰과 검찰, 야당 국회의원, 유명 로펌, 시민 단체 등 충돌하는 입장들 사이에서 본질이 어떻게 왜곡되고 이용되는지를 덤덤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화는 원고와 피고가 진실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는 법정드라마 본연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 동시에 우리에게 끊임없이 우리 시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법은 누구의 편인지를 되묻는다.

국민참여재판의 결과 도출된 다수의 배심원의 평결이 소수의 재판부의 판결에 사실상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모순을 꼬집고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진정한 다수는 과연 다수의 시민인지 소수의 권력자들인지를 묻고 있다.

소수의 권력자들과 기득권층의 권위와 입지를 유지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은 봉사이고, 그런 봉사에 어쩔 수 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시민의 불이익은 불가피한 희생으로 치부하는 '소수의 그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역시 묻고 있다.

영화는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조문이 과연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과 합치되는 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청구금액 단돈 100원. 동전 한 개를 받아도 좋으니, 피고인 대한민국이 잘못을 인정하라는 이들의 시도는 우리 시대의 진실이 지닌 가치를 생생하게 웅변하고 있다.

법정을 진실의 전장으로 삼아, 골리앗 대한민국을 향해 다윗을 돌팔매를 날린 변호인단의 싸움.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2항은 과연 살아있는 법조항일까? 사문화된 법조항일까?!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