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12일 영화공간주안·주안영상미디어센터 … 공모·초청작 30여편 상영
개막작 '편지' 폐막작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관객들을 만나고 영화를 통해 대화를 시도해 온 인천여성영화제가 오는 7월9~12일까지 영화공간주안과 주안영상미디어센터에서 11번째 대화를 시작한다.

서울여성영화제 등과 함께 국내 대표 여성영화제로 꼽히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30여 편의 공모작과 초청작이 상영된다.

10년 동안 다름을 드러내고 자신을 발언하며, 서로가 다르지만 어울려 살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한 대화를 시도해 온 인천여성영화제는 지금 이 시대, 대한민국의 인천이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묻고 영화를 통한 대화와 교감에 집중한다.

주최 측은 "지난 시간 동안 여성영화를 통해 나를 성찰하고 세상과 만나고,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꿈꿔보고자 했지만, 2015년 '지금, 여기'를 둘러보자면 솔직히 참담한 마음이 더 크다"며 "개인을 지켜줄 국가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1년이었으며 나와 다른 존재,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더욱 노골적이고도 극렬해져 더 이상 진정한 대화는, 소통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할 때이며 인천여성영화제 역시 소통불가능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귀를 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겠다"며 "나와 다른 이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를 열고 눈을 열어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11회 영화제의 개막작 '편지'(감독 이현정)는 바로 '어차피' 이해 불가능한 너와 나 사이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이유를 찾게 하는 단편 다큐멘터리이다.

2007년, 19세 베트남 아내 후인 마이가 남편에게 편지를 썼다. 그 편지가 7년이 지나 한국어로 읽힌다. 베트남 여성이 베트남어로 마이의 편지를 낭독하고 뒤이어 한국 여성이 한국어로 마이의 편지를 낭독한다.

편지가 쓰인 시간과 낭독한 시간의 차이, 베트남어로 낭독한 시간과 한국어로 낭독한 시간의 차이, 그리고 언어의 차이. 이 모든 차이들은 수신불가능, 소통불가능을 낳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름 안에서도 공감은 가능하다. 이 모든 이야기를 짧고 간결하지만 강렬한 영상에 담아냈다.

폐막작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감독 박강아름)는 '이 세상의 모든 여자는 예쁜 여자와 안 예쁜 여자로 나뉜다'는 강력한 주문이 통하는 현 세태에 저항하고 싶지만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외롭지 않고 싶은 평범하지만 비범한 박강아름 감독의 수년에 걸친 '외모실험' 다큐멘터리다.

감독이 예쁘지도 않으면서 꾸밀 줄도 모른다고 거침없이 비난하고 오지랖 넓게 충고하는 주변 사람들, 감독의 외모 변화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변화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한국사회가 얼마나 외모에 집착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감독의 외모실험, 즉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는 사회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을 불편하고 부당하게 여기는 감독마저도 그것이 자신의 욕망인 양 내면화되어 있음을 깨닫는 과정이다.

과연 타인의 시선, 사회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은 아름다움의 기준이란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를 되묻는 영화다.

3가지 주제, 단편섹션. 그리고 2014년 4월16일

11회 인천여성영화제 단편영화들은 3가지 주제를 다룬 이야기와 청소년들의 이야기 등 총 4가지 섹션으로 상영된다.

때때로 눈물을 쏟게 하고 때로는 짜증을 유발하는 가족, <단편섹션1. 어쩌다 보니, 가족>에서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선택할 수 없기에 그 의미를 되묻는다.

<단편섹션2. 너와 나의 다큐멘터리>에서는 평범하게 흐르던 일상,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다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들과 이야기를 담은 단편작들이 펼쳐지고 <단편섹션3. 그 여자는 왜 그랬대?>에선 최근 벌어지는, '00녀'라는 이름이 붙곤 하는 '그 여자'에 관한 숱한 이야기들을 다루며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청소년 섹션 <청소년들의 이야기, 지금 당장은 기억나지 않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네 얘기가 있을 걸!>에서는 현재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당사자들이 성적과 관계, 성, 정체성 등 자신의 고민을 녹여 낸 작품들과 청소년을 넘어 누구나 지나왔을 그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특별섹션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에서는 세월호 사고 이후의 우리를 이야기 한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가라앉았고 그 날 이후 우리의 삶은 조금 달라졌다. 이에 인천여성영화제에서는 그 날 이후 1년을 다룬 다큐멘터리 2편을 상영한다.

김세중 감독의 <4월 16일 그리고...>는 그 날 이후 달라진 우리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냈고,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미디어팀이 만든 <바다에서 온 편지2>는 그저 살고 싶었고, 그저 살아 있기를 바랐던 1년이 지난 지금, 유가족들이 살아내야 했던 그 시간과 응원의 목소리가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씨네토크콘서트 … 당신의 감정은 안녕들 하십니까

여성노동자들의 대다수가 서비스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친절'이라는 이름 속에 가려진 감정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씨네토크콘서트>로 함께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다.

노동자이자 소비자로서 다양한 공간에서 만나는 다양한 서비스에 담긴 감정노동과 보살핌이 정말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노동자의 당연한 의무인지 스스로, 그리고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영화 <감정의 시대: 서비스 노동의 관계미학>과 더불어,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서비스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친절'이라는 아름다운 표현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감정노동의 발가벗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특별프로그램

이외에도 특별 프로그램으로 11일 오후 11시부터 인천여성영화제 옥상에서 진행되는 '한여름 밤의 야외 상영회'를 진행한다.

10일 오후 1시에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 상영회로 진행한다.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회는 기존의 작품에 내레이션과 자막을 입혀 시·청각 장애인은 물론,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상영 방식이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