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고속도로,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만든 차량 전용의 넓고 평탄한 도로. 한남정맥,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시작된 한남금북정맥이 안성 칠장산에서 한남·금북으로 갈라져 서북쪽으로 김포 문수산에 이르는 산줄기.
산자분수(山自分水), '산은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 즉, 산은 물을 나누는 분수령이라는 뜻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한반도의 산줄기를 이 산자분수 개념에 따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나누었다. 그중 한강 남쪽의 산줄기가 한남정맥이다. 안성 칠장산을 시작으로 용인의 구봉산과 석성산, 수원 광교산, 안양 수리산을 지나 인천의 계양산, 가현산을 거쳐 김포의 문수산까지 약 172㎞의 산줄기이다. 한남정맥에서 국가하천인 청미천, 경안천, 안양천과 탄천, 굴포천 등이 발원하여 한강으로 흘러든다. 또 안성천을 비롯하여 검단천, 공촌천, 심곡천, 장수천, 반월천 등 서해를 직접 흘러드는 지방하천들도 한남정맥에서 시작된다.

한남정맥의 최고봉은 582m(광교산)으로 대부분 해발300m이하의 야트막한 산줄기이다. 이런 한남정맥은 수도권에 위치하여 다른 정맥들보다 산림훼손과 단절이 심각하다. 택지개발, 도로건설, 송전탑 및 군사시설, 산업단지 조성, 골프장 개발 등 훼손 유형도 다양하다. 그 중 도로에 의한 단절이 가장 심각하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제1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제3경인고속도로, 제1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등 9개 고속도로가 한남정맥을 싹둑싹둑 잘려버렸다. 지금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와 수원광명간고속도로가 건설 중이다. 한남정맥 인천구간은 특히 심각한데 약 1㎞마다 크고 작은 도로가 관통한다.

그런 한남정맥이 또 다시 훼손위기에 처해있다. '2030인천도시기본계획'에 이미 폐기된 검단장수간도로가 다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단장수간도로는 2009년 검단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따라 2014년 준공을 목표로 왕복4차선으로 계획된 도로였는데 산림훼손, 도로 건설과정과 건설이후에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발생 등의 수많은 환경문제발생으로 환경단체들뿐 아니라 지역주민, 종교계와 여야정치권 모두가 반대해 2012년 '2025인천도시기본계획'에서 삭제됐다.

계획 당시 인천시는 이 도로의 목적으로 '인천시 남북지역을 연계하는 내부간선 도로 확충으로 접근기능 제공 및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상시지체를 보이고 있는 서울외곽순환도로, 무네미길의 교통수요 분담으로 간선기능 제고 및 혼잡구간의 개선'을 내세웠다. 교량 17개, 터널 8개가 포함된, 총연장 20.7㎞의 왕복4차선 도로로 한남정맥을 어묵꼬치 꿰듯 관통하는 계획이었다. 도로예정지 인근에는 수많은 학교와 아파트가 위치해 있어 한남정맥 숲 맑은 공기를 마시던 학생들과 주민들은 도로가 건설되면 차동차 매연과 미세먼지를 고스란히 마셔야하는 입장이다.

이미 삭제된 이 도로계획을 다시 들춰낸 것이 인천시 부채의 주범인 인천도시공사이다. 인천도시공사는 검단신도시 분양률을 높이고 도시공사 부채해소방안으로 검단장수간 도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땅투기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도시공사가 부채청산을 위해 300만 인천시민과 미래세대의 허파를 내어달라고 떼쓰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인천시민들은 수많은 녹지와 갯벌을 잃었다. 세계 최대의 수도권쓰레기매립지와 각종 국가산업단지, 항만과 공항, 빼곡한 아파트 숲이 되어버린 인천에서 한남정맥은 인천시민들 뿐 아니라 자연생태계의 마지막 보루이다. 지금 계양산과 천마산, 원적산 등 한남정맥의 인천둘레길은 수많은 인천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그동안 인천시도 도로로 단절된 한남정맥의 녹지와 생태축을 연결하기 위해 계양산 징맹이고개와 원적산 새사미고개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생태이동통로를 건설했다.

더 넓고 더 많은 도로 건설이 교통문제의 근본해결책은 아니다.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도시로, 세계적 녹색모범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한 인천시가 주요 화석연료사용과 온실가스배출원인 자동차도로건설을 위해 대표적인 탄소흡수원인 자연녹지를 파괴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하늘에서 인천을 내려다보면 온통 아파트, 공장이다. 자연녹지는 수많은 도로에 의해 섬이 되어버렸고 한남정맥은 이미 많이 훼손되어 가는 생명줄을 부여잡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남정맥은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녹지생태축이며 허파이며 도심 속 자연공원으로 시민들의 중요한 휴식공간이다. 고속도로와 한남정맥, 시민들의 환경권·건강권을 해치는 회색빛 미래를 그릴 것인지 녹지와 갯벌, 하천이 어우러지는 푸른 미래를 그릴 것인지. 신록의 푸르름이 눈부신 5월 2030년 인천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