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간 주안 이주의 개봉작 '미라클 여행기'
책마을 10만대권 프로젝트' 참여 백수의 목격담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주민들이 대립하며 부모·형제, 이웃사촌들이 서로 등을 돌리게 됐다. 제주 강정마을 1800여명의 주민 중 665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539명이 기소돼 이 중 204명이 실형, 집행유예, 벌금형 등 판결을 받았다. 해군기지가 무엇이길래 한 가족과 같았던 강정마을 주민들이 서로 갈등을 하며 반목하게 됐을까.

지난 22일 영화공간 주안에서 개봉한 '미라클 여행기'에는 그들의 '아픈' 모습이 담겨져있다. 대학을 졸업한 지 4년이 된 백수 '최미라'는 답답한 마음에 바람을 쐬려다 우연히 '강정 책마을 10만대권 프로젝트'를 알게 된 뒤 제주도로 향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400명의 시민, 3만5000권의 책과 함께, 태어나 처음으로 제주에 도착해 한 그는 곧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주민들의 갈등을 목격하게 된다.

사회적 문제들을 다룬 여타 다큐멘터리 영화들과 달리 '미라클 여행기'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주장 만을 담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보통청년 '미라'가 3박4일 동안 강정에서 머물며 바라본 일상의 시선으로 갈등의 현장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마을공동체가 붕괴되면서 상처받은 주민들의 삶을 다룬다. 해결방법이 없을 것 같던 격한 갈등의 현장에서 미라는 작은 희망들을 발견한다.

영화를 연출한 허철 감독은 "이 영화는 강정 해군지기 건설을 찬성해야 하느냐 반대해야 하느냐를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라며 "강정마을을 둘러싼 모습들을 심층적으로 파고들고 기록하면서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영논리에 치우쳐 한쪽으로 쉽게 편을 정하는 것이 아닌 일단 주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시작"이라고 덧붙인다.

영화는 투자사나 기업의 지원 없이 감독과 배우, 스태프의 재능 기부로 제작됐으며 배급과 마케팅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뤄졌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