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미래도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어 
26살 신예감독 한지원의 독립단편4편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식 구성30일 영화공간주안서 감독과 대화

꿈과 현실, 사랑과 미래까지 수 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 선 우리들의 이야기가 토종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펼쳐진다. 한국의 '신카이 마코토'로 언급되며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신예 한지원 감독의 첫 감성 애니메이션인 <생각보다 맑은>은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천음악영화제, 서울여성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신예 한지원(26)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편당 15~20분 정도 되는 단편 독립 애니메이션 4편을 하나로 묶은 이 작품은 10대부터 30대까지의 고민을 다룬 애니메이션으로 각각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살고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인물들로 쉽게 공감이 된다. 감독은 입시와 취업, 사랑 등 무척이나 현실적인 주제를 다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했을 법한 소재로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짝사랑의 열병 '럭키미'

<럭키미>, <사랑한다 말해>, <코피루왁>, <학교가는 길> 등 4편의 독립 애니메이션 중 첫 작품인 <럭키 미>는 뒤늦게 짝사랑의 열병을 앓는 '고두식'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본명보다 '고구마'로 불리는 호구 선새. 녹록치 못한 집안 사정으로 대학원 진학을 두고 갈등에 빠진 그에게 광고계의 떠오른 샛별이지만 고된 일에 지쳐있는 신인 여배우 티티가 우연히 나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사람이 현실적 고민과 불안 속에서도 좋아하는 것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을 표현, 관객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사내 비밀 커플 이야기 '사랑한다 말해'

두 번째 이야기 <사랑한다 말해>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뤄냈다. 두번째 이야기는 사랑을 표현하고픈 여자 '은솔'과 사랑을 감추고픈 남자 '김부장'은 제법 큰 무역회사의 사내 비밀 커플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겉치레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필요한 30대 커플의 사랑을 통해 점점 따뜻한 진심은 사라지고 겉치레가 더 중요시 되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위트 넘치게 표현해냈다.

10대들의 음악과 학업사이 '코피루왁'

세 번째 이야기 <코피루왁>은 진학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며 성장통을 겪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스로 '메탈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열혈 메탈소녀 '예미'와 함께 락밴드를 이끌어 온 소심한 남학생 '강보'가 고3 진학을 앞두고 갈등에 빠지는 이야기. 용돈벌이로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끝까지 꿈을 쫓으려는 '예미'와 달리 '강보'는 음악을 반대하는 부모님때문에 괴롭다. 음악과 학업 사이 선택의 기로에 선 채 성장통을 겪는 이들의 모습은 누구나 거쳐 온 10대 시절, 성장통을 다뤄 진정한 꿈이란 무엇인지 되짚어 보게한다.

9살 중년 푸들의 '학교 가는 길'

마지막, <학교 가는 길>은 늘 바깥 세상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9살 중년 푸들 '마로'가 주인의 학교 가는 길을 따라나섰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어느 날 열린 문 틈 사이로 아파트를 빠져나간 '마로'가 주인의 학교가는 길을 따라 나서지만 이내 잘못된 길로 들어선 뒤 낯선 숲에 발을 들인다.
무리에서 이탈한 까마귀와 함께 반나절 동안 동행하면서 처음 본 놀라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 '마로'의 모험은 생생하고도 아름답게 그려진 풍경들과 더불어 코끝 찡한 감동을 안긴다.

1989년생. 올해 26살에 불과한 젊은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애니메이션 속에서 꿈과 미래를 다루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며 "그렇다고 해서 '굉장히 큰일 났다, 이건 문제가 있다'고 하기보다 '우리 주변 상황이 이래'라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고 현실의 우리를 통해 힐링으로 이어기질 바랐다"고 말했다. 한국의 '신카이 마코토'로 불리는 신예 여성 감독의 감성 애니메이션 <생각보다 맑은>은 오는 1월 22일 관객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또 인천 남구에 위치한 '영화공간 주안'에서는 <생각보다 맑은> 오는 31일 오후 4시 영화 상영을 마치고 '한지원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