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생각엔 ▧
얼마 전 장관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TV에서 우연찮게 볼 수 있었다.

부동산투기, 위장 전입 등의 의혹에 대해서 의원들의 추궁과 질문에 곤혹스러워 하던 표정이 생중계된 화면을 통해 비춰졌다. 이런 의혹에 대해 하나 같이 나오는 답변은 "관행이다"라는 말 뿐이며 "오래전부터 해 오는 대로 하였으니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 라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국민들이 받는 배신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관행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 고착화 돼버린 관행이, 청렴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 자리매김 하고 접근해야 하는지 구분조차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낡은 의식과 관행이란 이름으로 크고 작은 부정에 노출돼 있었던 공직 사회에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공직자의 자세를 재정비하기 위해 우리는 역사의 뒤 무대에 가려진 청렴철학을 배울 필요가 있다.

18세기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윤리형이상학 정초'에서 의지에 주어지는 모든 명령을 '정언명령'과 '가언명령'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정언명령은 아무런 목적과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로지 내면의 순수 이성에 의해 선하다고 판단한 보편적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며. 그에 반해 보편적 진리를 넘어서 행위를 함으로써 얻게 되는 대가, 즉 윤리자체가 목적이 아닌 그 이외의 목적을 지닌 채로 바라고 실천하는 행위는 가언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누가 나에게 청탁이나 뇌물을 주고자 하였을 때 부정한 방법이기 때문에 받지 않고 거절한다면 이는 정언명령이라 볼 수 있지만, 받았을 때 처벌이 두려워서 또는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거절한 것이라면 가언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21세기에 사는 오늘날 다시 칸트를 재조명하는 이유는 청렴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함이다.

청렴은 공직 사회에서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다.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공직자의 자세는 관행이나 온정주의 등에 결코 용인 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청렴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런 정책들이 어떠한 가시적인 성과에 일정부분 기여한 역할은, 높이 평가 받아야 마땅하지만 성과라는 테제(These:獨)에 매몰돼 버리는 우를 경계해야 함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직과 청렴이 함께 하나가 돼 조화를 이루며 문화를 형성해 나갈 때 비로소 청렴문화는 우리 의식 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안선욱 과천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