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상 思
요즘은 원통이고개를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간석오거리에서 인천가족공원으로 가는 중간지점인 이 고개는 예로부터 인천에서 부평을 거쳐 서울로 가는 길목이었다. 국도를 타고 부평과 서울을 가기 위해서는 경사가 급한 이 고개를 꼭 지나가야만 했다.

깔때기처럼 생긴 지형 덕분에 예전에는 원통이고개에 군·경합동검문소가 항시 자리잡고 있었다. 이 때문에 만성적인 교통정체를 일으킴으로써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었고 삭막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한몫하기도 했다.

이렇듯 인천시가 수도 서울의 그늘에 가려 암담하고 우울한 시절을 보내고 있던 시절, 인천에 대해 애정 어린 마음을 갖고 지역 발전에 여러 가지로 노심초사했던 시장님이 계셨다. 당시 인천에는 많은 공장과 기업체가 자리잡고 있었고 일자리를 찾아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노동력이 풍부한 가운데 수출산업 역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성장이 있으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따르는 법. 남동공단을 비롯한 공장지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해와 먼지로 인해 인천에서 일년 중 맑은 하늘을 보는 날이 손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도시 규모에 비해 백화점과 영화관, 서점 등 변변한 문화시설과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문화생활을 누리기 위해 적잖은 사람들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서울로 올라가곤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 기업의 대표들조차 인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드물었고, 설사 인천에 살더라도 주말이면 서울로 올라가 소비활동을 하는 실정이었다. 그들에게 인천에 터전을 마련하지 않고 그저 스쳐지나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유를 물으면, 첫째가 자녀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고, 둘째가 문화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주된 답변이었다.

이러한 까닭에 앞서 언급한 그 시장님께서 어느날, 공무원들에게 원통이고개에 지켜서서 지역 기업의 대표들이 서울로 올라가는 것을 막으라는 푸념 아닌 푸념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오죽하면 그렇게 하셨을까' 하는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금의 인천의 모습은 어떠한가. 인천은 인천세계도시축전의 성공적인 개최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 준비, 인천경제자유구역 조성과 도시재생사업 진행 등으로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스탠더드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이 인천으로 터를 옮기고 더불어 임직원들의 가족들도 함께 생활 터전을 옮기고 있다. 덕분에 지역 내 어느 백화점의 1년 매출은 전국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도시가 발전함에 따라 문화 시설도 늘어나고 시민들의 생활수준도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교육환경의 변화로, 인천시의 수준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연세대는 국제캠퍼스인 송도국제화복합단지를 개교하여 송도시대를 열었고 중앙대는 검단에 둥지를 틀기로 확정하는 등 국내의 명문대학이 속속 인천으로 몰려오고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남가주대 등 외국 유수의 대학들이 송도에 조성 중인 글로벌캠퍼스에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인천대학교는 송도에 새 캠퍼스를 조성하고 인천전문대학교와 통합함으로써 제2의 창학의 나래를 폈다. 이렇듯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제 해외유학을 가지 않고도 인천에서 경쟁력 있는 첨단 학문을 배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교육 인프라 확충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캠퍼스의 잇단 준공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었으며, 실제로 아파트 거래가격이 상승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그렇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학군들이 그 지역을 발전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했듯이, 지역 내 캠퍼스 조성과 교육 여건의 개선은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대학 하나가 들어섬으로써 지역에 수 만 명의 사회적 일자리가 생겨나고, 대학생과 더불어 많은 인구들이 유입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고 부동산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이제 그 시장님의 소망이 이루어졌다. 바리게이트를 치지 않아도 지역 기업 대표들은 소비생활을 위해 원통이고개를 넘지 않는다, 인천은 이제 수도 서울의 변방도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중심 도시이며 세계로 비상하는 Compact·Smart City가 되었다.

올 봄, 인천의 발전과 비전을 담은 홍보책자를 들고 어딘가에서 여전히 인천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을 그 시장님을 찾아가 옛이야기 하며 함께 희망과 기쁨을 나눠야겠다.
 
/김진택 인천시 자치행정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