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
국내제약업계는 1980년대 중반부터 나름 신약개발을 위한 노력을 거듭해 현재까지 10건 이상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국내에서만 판매가 허가된 제품으로 그 내용이나 시장규모로 볼 때는 여전히 부실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세제지원 및 투자 규모의 제한으로 개발대상이 특허가 만료된 제네릭 또는 개량신약에 국한돼 있고, 업체들 간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노력 또한 미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신약개발을 성공확률이 낮은 고위험군의 사업으로 분류해 거액의 세금을 투입해서 실패했을 때의 비용 등을 고려해 신약개발 투자를 기업 자율에 맡겨왔다.
OECD 상위국가들은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 중 신약개발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분류해 수천억, 수조 원 이상의 직·간접적 투자와 펀드조성, 세제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우리 정부도 제약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해 2조 원 규모의 신약연구개발 펀드를 조성하고, R&D 세제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신약개발을 위한 세계적 추세와 성공사례들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던져 준다. 실제로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RTP는 산학연과 지자체의 협업으로 다국적 제약업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가장 성공적인 지역혁신클러스터의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RTP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지역정서나 여건이 형성되지 않는 상태에선 외부의 우수대학을 유치하더라도 이들이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성공적 산업클러스터로 간주하는 실리콘밸리나 RTP에 지역연고가 전혀 없는 MIT나 하버드대학 분교를 설립하거나, 대학의 일부를 파견하였다면 이와 같은 성공을 이끌어 냈을까 하는 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구심을 제기할 것이다. 실리콘밸리나 RTP의 성공이면에는 이미 지역혁신을 이끌고 있던 지역우수대학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정부가 특정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이것을 지역정책에 반영해 산업적 시너지를 발휘할 때에는 이를 견인했던 지역우수대학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RTP의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이다.
인하대는 지난 56년간 지역인재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며, 배출된 인재를 다시 지역으로 환원해 지역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특히 인천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바이오의약 관련 산업체 및 연구기관에서 파견한 40여명 이상의 인재들이 인하대에서 대학원 과정을 수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산업체와의 자연스러운 인적, 물적 네트워크 형성은 물론이고, 지식과 가치창출의 구심점으로서 기업간의 협업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학문토론의 장을 마련해 줌으로써 기업간의 인력 및 지식교류를 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이처럼 지역혁신클러스터의 기본요건인 우수기업과 우수인재가 찾는 지역, 나아가서는 전략산업을 육성, 발전시킬 수 있는 지역혁신클러스터 형성의 토대를 이미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하대는 신약개발클러스터 패러다임에서 가장 필요한 학제간, 산업간 교류와 협업체계를 형성, 발전시킬 수 있는 신약개발코디네이터를 양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천지역 약학대학 신설을 제안했었지만, 지역산업발전을 위해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학에 대한 고려가 배제된 결정으로 안타깝게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하지만, 인하대는 기구축된 연구인프라와 인천지역의 바이오의약 산업체와의 연결고리, 바이오의약특성화대학원 등의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인재가 모이는 구심점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인천지역으로 유입되는 인재를 통해 지식창출과 전파, 신기술개발을 통한 제약산업발전, 산업발전에 따른 고용창출과 지역경제의 활성화, 경제활성화를 통한 지역혁신을 이끄는 선순환 고리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천지역 우수대학은 인하대임을 다시금 강조하면서, 국내 최고의 바이오의약산업관련 혁신클러스터 형성을 견인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을 다짐한다.

/전태준 인하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