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의 눈 ▧ 조상윤 수원 망포고등학교 교사
경기도교육청이 공교육 정상화 원년을 선언하며 2010년은 학생들의 진정한 학력신장을 최우선 과제로 실천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그리고 20개 역점과제를 설정해 공교육 정상화의 기틀을 조성, 교육행정과 학교교육의 혁신을 꾀한다고 했다.

특히 설정된 과제를 보면 교사들이 수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기반을 형성코자 하는 의지를 담은 것같아 큰 기대가 간다. 그 중 교사 행정업무 경감이 더욱 그렇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행정에 대해 이렇게 풀이해 놓았다.

첫째, 정치나 사무를 행함. 둘째, 법률에서 국가 통치작용 가운데 입법작용과 사법작용을 제외한 국가 작용. 법 아래에서 법의 규제를 받으면서 국가 목적 또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행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국가 작용이다.

민주사회가 유지되는 중요한 기제는 법이며, 극히 사적 관계가 아닌 한에야 우리의 일상은 법과 관련돼 있으니, '법의 규제 하에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작용'은 장려되고 권장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런데 행정업무 경감이라니…. 일면 모순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수업을 공교육 정상화의 비책으로 삼고, 그 세부방편으로 교사 행정업무 경감을 거론한 것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은 사실 해묵은 얘기다. 해마다 감사철만 되면 각종 통계작성에서부터 현황파악까지. 그래서 담당선생님은 '공익실현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작용'을 수업시간까지 연장하고. 그래서 학생들은 '자율학습'으로 수업 해방감(?)을 맛보고. 교사들의 아우성이 일 때마다 교육당국은 개선책을 내놓겠다 공언한 것을 여러 해 봐왔고, 시큰둥한 학교 현장의 기색도 함께 보았다.

도교육청 자료에 의하면 공문서 가운데 단순안내, 협조가 93.6%이며, 당일보고를 요구하는 공문의 유통량은 60.4%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 12월까지 공문의 50%를 감축해 체감만족 80%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교수학습 활동지도에 전념할 수 있게 근무여건을 개선, 단위학교의 역동성을 높여 공교육 내실화 및 학교 교육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당찬 계획도 담았다.

교육의 중심은 학생이다. 선생님이 학생과 함께 하는 가장 소중한 시간은 수업이다. 그러기에 교육정상화를 고민하며 털어 놓는 이야기에는 학생들의 수업활동을 위해 선생님들이 전념할 수 있는 여건과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중심에 자리 잡아야 한다.

이는 그 어떤 교육정책보다 현실적인 선결과제라 생각한다. 학생 한명 한명의 수업을 위해, 선생님 한분 한분이 교실에서 열정을 쏟아 부을 때 '교육혁신'의 거대한 물줄기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학급마다 얼마간 풍경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겉모습은 꽤나 정형화돼 있다. 출근해서 학급에 들어가 학생들 만나 전달사항 전하고, 소소한 이야기 듣고, 수업 열심히 하자는 훈화도 곁들인다. 정해진 시간 담당과목 수업은 타종소리에 시작과 끝을 이어간다. 그러나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그 '틀' 속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이야기가 꿈틀거린다.

성적에 대한 고민, 친구와 생긴 문제, 장래 진로 걱정 등 큰 이야기는 차라리 낫다. 새로 장만한 휴대전화, 엠피3 자랑, 청소구역 불만, 짝꿍 배정, 교실 자리배치 등 그들의 소중한 작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선생님은 '1:학급'의 관계가 아니라 '1:무궁무진'의 비정형적인 상황을 해결해 주어야 하는 '가운데 자리'를 요구받는다. 소위 잠재적 교육과정의 입안자, 실행자, 평가자의 역할이 주어진 셈이다.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1시간의 공식(公式)수업을 완벽하게 수행해야 하는 동시에 비공식 생활수업도 학생들이 건전한 성장을 위해 소홀할 수 없다. 양자가 융합될 때 수업은 "교육적 공익실현을 위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상호작용"으로 신뢰를 얻을 것이다.

공문서 유통량 감축, 각종 행사, 평가, 감사방법 개선, 학교 인력지원 확대, 현장의 소리 모니터링, 업무경감 노력 평가제, 온라인시스템 구축 등 타이틀만 봐도 무게가 느껴지는 교사 행정업무 경감계획이 일선에 정착돼 제대로 된 수업으로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학교 교육력을 높이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