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아닌 소라로 잡아 '연하고 탱탱한 육질' 일품

100% 자연산 취급 … 숭어·광어회 등 입맛 사로잡아


화수부두, 조금씩 잊혀진 이름이 새록 떠오른다.

이 곳에도 봄볕의 따스함은 깃들고, 드문드문 고깃배가 좁다란 포구를 지난다.

쌩쌩~. 대형트럭의 틈바구니에 '화수부두'란 간판이 멀찍이 다가온다.

어정쩡한 표지판에 의지해 화수부두를 찾았다. 봄이 짙어진 4월 중순, 화수부두 끝자락으로 발길을 옮긴다.

위태롭게 서 있는 60년대 판잣집 사이에 다소 낯선 풍경의 '부두횟집'이 21세기 이방인에 손짓한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 곳에 이런 횟집이 숨어 있을줄이야.

낯선 생각 한편으로 잔뜩 호기심이 발동했다. "무엇을 팔까. 뭐가 맛있을까."

인상 좋은 사장님이 퉁명스럽지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제철 생선이면 뭐든 '싱싱'하니까 믿고 시켜보세요"라고 말한다.

이관국(56)이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죄송스럽지만 이런 곳까지 손님이 찾는 것이 신기하다"는 다소 당돌한 물음에 "그러니까 진짜 단골 손님만 오지. 전화로 언제 온다고 예약하면 음식은 우리가 준비해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뱃사람 특유의 다소 거친 단어를 섞어가며 "이 집에서는 최고 아니면 상품을 취급하지 않아요. 오죽하면 태풍이 불거나 물때가 좋지 않으면 가게 문을 걸어 잠글까."

이 사장은 인생을 모두 바다에 건 진짜 '바다 사나이'.

이 사장은 전직 인천수협 연안어촌계 중매인 출신으로 인천에서 소비되는 해산물의 대부분의 그의 손을 거쳐 갔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며 어획량이 급감해 중매인을 그만두고 지난 2001년 인근 만석부두에 처음 횟집을 열었다. 이후 만석부두가 정비돼 화수부두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그런 이력에 함부로 횟감을 내놓겠는가. 100% 자연산만 취급하기 때문에 가격은 그때그때 다르다. 풍어기때는 저렴하고 값싸다가도, 물때가 나쁘거나 어획량이 줄면 어쩔 수 없이 가격은 오른다. 그래도 평소 호형호제 하는 선장들이 좋은 고기만 대주는 만큼 서민 수준에 맞는 가격에 양질의 횟감을 들여온다.

요즘 이 사장은 "경제가 안좋으니 서민들에게 좀더 싼값에 횟감을 맛보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미안하다"며 되레 안타까움을 전한다.

"주꾸미가 제철이니까 맛 한번 보세요"라고 자신있게 추천한다. "그물이 아닌 소라로 주꾸미를 잡기 때문에 살이 연하고, 탱탱한 것이 일품이다"며 주꾸미 볶음, 전골, 샤브샤브 등으로 한상 걸출하게 내놨다. 주꾸미를 한입 베어 물자 쫄깃쫄깃한 특유의 맛에 알싸한 바다내음이 녹아 있다. 머리에는 좁쌀만한 알로 터질듯하고, 샤브샤브 국물에 빠진 주꾸미는 무서운 속도의 젓가락질로 이내 동이나고 말았다. 매콤한 철판 볶음은 여느 식당에서 먹어보지 못한 특별한 '뭔가'가 숨어 있다. 꾸물꾸물 주꾸미가 지글지글 철판에 더욱 요동치며 군침을 돌게 한다.

안주인 염순자(52)씨가 듬성듬성 한접시 가득 회를 가져왔다. 붉은 빛의 숭어회는 탱탱한 육질이 일품이고, 두툼한 광어의 진주빛 살점은 쌈으로 먹기에는 본연의 '바다 맛'을 잃을까 간장에 살짝 찍어 입안에 털어 넣는다. 특히 안주인의 손맛을 느끼게 해줄 '곁들임 음식'의 깊은 맛은 부두횟집의 자랑. 요즘에는 알싸한 간장 게장이 입맛을 자극한다.

화수부두에 노을이 들며 사방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더니 이내 달빛이 어둑한 화수부두를 비추기 시작했다.
부두횟집 2층에 앉아 창가에 비치는 인천 연안 앞바다를 감상하면 저절로 술잔에 손이 간다. '인천에 이런 풍경이 숨어 있다니'. 감상에 젖어 있으면 각박한 일상을 잠시 잊게 한다. 그리고 회 한 젓가락, 소주 한잔. 나도 모르게 화수부두의 '해신'이 된다. 부두횟집은 화수부두 입구에서 쭉 직진하다 막다른 골목을 돌면 푸른 색 간판이 먼저 반긴다. 전화 032-761-0620

/글=김칭우기자·사진=정선식기자 blog.itimes.co.kr/ching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