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 신분에 따라 장례식 규모 제각각 … '문상객 잠 잘곳' 몇 개월 걸쳐 여러채 짓기도
2006년 8월 12일 (화, 제17일) <2의 2>


오후 3시 40분, 아주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란떼빠오'에서 9Km 북쪽에 있는 보리 마을(Bori, 해발800m)에 가니 5m정도의 돌기둥이 여러 개 쭉쭉 뻗어 있는 광장이 나타났다. 이 광장은 장례를 치르는 장소이며 가운데에 '산 제물'을 바치기 위한 대좌가 있고 주위에 있는 돌기둥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기 위한 상징(象徵)이라고 한다. 신분이 높을수록 큰 돌기둥을 세운다. 광장부근의 작은 바위에 수많은 구멍을 뚫고 관을 넣고 있다. 이곳은 한 마을의 공동묘지이다. 이런 곳에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보리 마을'에서 서북쪽으로 조금 가서 샛길을 한참 걸어가니 '빨라와 마을'(Palawa, 해발820m)에 도착했다. 막다른 길에 많은 똥꼬난이 두 줄로 나타났다. 이곳의 똥꼬난은 오래된 것이나 보존상태가 좋으며, 그 모양의 아름다움은 '따나 또라자'에서도 유명하다. 마을주위는 조용하고 한가로운 전원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어떤 똥꼬난은 정면에 물소 뿔을 부착해 놓았는데 한 집에는 39개가 붙어있고, 그 옆집은 무려 125개나 부착되어있다. 이 물소 뿔은 이집 장례식 때 잡은 물소의 것이다. 이 물소 뿔이 많을수록 이곳에서는 자랑스럽다.

똥꼬난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똥꼬난으로 들어가는 계단은 마치 배 밑바닥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배치되어 있다. 안으로 올라가니 방이 4개 있는데 가운데 방 2개는 가족의 거주공간이고 북쪽의 방에는 따우따우(죽은 자의 목각인형), 가면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이 놓여 있다. 남쪽 방은 바닥이 조금 높고 문이 약간 열려있다. 문 가까이에 붉은 무늬의 커버를 덮은 관이 놓여있다. 미리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깜짝 놀랐다. 이 관이 이곳에 놓인 지 몇 년이나 되었을까? 제물과 장례비용이 마련될 때까지 몇 년이라도 이대로 둔다.

또라자 사람들에게는 죽은 사람도장례식을 치르기 전까지는 살아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죽으면 가족들은 똥꼬난의 가장 남쪽 방에 머리를 서쪽으로 해서 눕히고 매일 끼니때마다 식사를 시체 앞에 올리고 이웃들은 담배 등을 가지고 방문한다. 가족들은 몇 년이라도 시체와 한집에서 살며, 시체는 움직이지 못하고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 말고는 생전과 꼭 같은 일상생활이 계속된다.

시체가 썩어가는 냄새도 참고 지내야 한다. 물론 최근에는 시체를 포르말린 같은 약품이나 향료로 처리하여 '미라'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임시로 만든 관에 시체를 넣어 밀봉하고 속이 뚫린 대나무를 굴뚝처럼 세워 냄새를 집밖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장례식준비, 특히 제물이나 돈이 마련될 때까지 몇 년이라도 시체를 죽지 않은 사람으로 여기며 같이 지낸다.

또라자를 떠나 멀리 외지에 나가있는 사람들도 부조를 준비하고 장례식이 시작되기 전에 모두 모인다. 지금은 서구식 교육과 기독교가 널리 보급되어 있고, 국내외를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서 살고 있어도 또라자 사람들은 그들의 장례조직인 '라마계'에 단단히 묶여 있으며 죽은 자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들은 고향을 떠나 외국에서 혹은 외지에서 살다 죽어도 모든 가능한 노력을 기울여 고향으로 돌아와서 전통적인 장례식을 거쳐 고향에 묻히기를 바란다. 또라자 족(族)은 죽음을『갑자기 찾아오는 단절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뿌야(Puya)라고 하는 혼(魂)의 세계(내세라고도 생각됨)에 이르는 완만한 흐름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보리 마을'에서 13Km 북쪽에 있는 '사단 마을'(Sadan)에는 해가 질 무렵에 도착했다. 이곳도 두 줄로 오래된 똥꼬난이 즐비하게 서있다. 이곳 똥꼬난도 오래된 것이나 지붕은 대나무가 아닌 양철지붕이며 모두 붉게 녹이 슬어 있다. 이 마을은 직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리하여 또라자의 긴 첫날이 저물어간다. 어제 밤 묵은 란떼빠오의 Heritage Hotel은 똥꼬난 형식의 선형건물(船形建物)이나 내부시설은 현대식이어서 불편한 것은 없었다.


▲죽은사람의 관이 몇년씩 집에 있는경우도 있다. 장례비용이 마련될때 까지 또라자 사람들은 시체와 함께 기거하며 평소와 같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