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바우
9일 오후 2시30분, 점심시간이 끝나고 저녁 장사를 위해 숨 고르기가 한창인 여느 고기집과 달리 주방장의 몸 놀림이 분주하다. 2층을 따라오르자 큼지막한 냉장고 2대와 냉동고는 물론 고기 써는 기계, 펄펄 끓는 곰탕 육수 솥 등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소바우'의 맛의 비밀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박성복(38) 요리사가 한 입 크기로 맛깔스럽게 소 안창살을 썰어내며 "손님이 찾는 순간에 고기를 내놓아야 신선하고 맛난 음식을 드릴 수 있다"며 "2층에서 직접 고기를 손질하기 때문에 100% 고기 맛이 느껴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소바우가 계양구 계산동에 본점을 열었다. 4년전 인하대에서 첫 선을 보인 소바우가 남구 신기촌에 2호점을, 용현5동에 3호점을 계양구 장기동에 4호점을 내며 맛을 다듬으며 노하우를 쌓더니 이제 계산동에 소바우의 모든 것이 녹아 있는 본점을 차린 것이다.

소바우가 문을 열 때 '저렇게 값싸고 질좋은 고기로 어떻게 승부하겠다는 전략이지'라며 품었던 의문은 자리에 앉아 고기를 구우면 단박에 사라진다. 고기가 익는 족족 젓가락이 가며 평소 먹는 고기량을 초과하기 일쑤다. 가격이 싸면 고기 질이 떨어질 것이란 생각은 이 집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웰빙 고기 전문 명가
상식을 파괴한 가격과 웰빙은 언뜻 어울리지 않다. 하지만 최상급 고기를 넘어 평소 맛보지 못한 맛은 소바우가 '웰빙 고기점문점'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고기와 함께 이 집에서는 숙취 해소를 위해 진한 소고기 국물을 자랑하는 해장국에 소 차돌 된장찌개도 함께 맛볼 수 있다.
특히 옻의 고장 강원도에서 공수한 원액의 참 맛이 살아 있는 웰빙 옻 소불고기 백반은 평소에 맛볼 수 없는 '진품'이다.
이밖에 뚝배기 가득한 하얀 국물이 군침을 돌게 하는 곰탕은 단지 3천원에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전단지와 함께 식당을 찾으면 소주 1병이 공짜로 식탁 위에 놓여 진다.
찾기 쉽고 넓은 주차장 또한 소바우의 장점이다. 경인교대 1번 출구를 빠져 나와 고개를 들면 소바우 간판이 반짝 거리고 차를 갖고 오면 소바우 지하를 이용하면 된다.
가격과 함께 고기 양에 놀라고 불판에서 익어가는 고기의 맛은 물론 각종 채소와 식탁에 가득 놓인 반찬을 기본으로 친절함까지 무장한 소바우가 경제한파로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반가울 뿐이다.

▲소처럼 우직하게
소바우의 뜻이 무얼까 궁금했다. 소와 바위를 뜻하는 남도 방언인 '바우'가 합쳐진 말이란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만, 고대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건강의 여신'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소바우를 처음 세상에 알린 김병삼(43) 사장의 맛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소고기는 국내에서 몇 손가락안에 꼽히는 고기 전문 딜러의 손을 통해 필요한 만큼 냉동고에 쌓이고 돼지고기는 강원도에서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산지 맛 그대로 식탁에 오른다. 유통 마진을 없앤 만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냉동고에 급냉동 상태로 보관된 고기는 손님의 주문과 동시에 가공된다. 고기 가공을 맡은 전문가가 매 시간 대기하는 만큼 주문과 함께 숯불로 적당히 판이 예열되는 순간 고기가 불판 위에 오른다.
소바우는 여기에 연기가 나지 않고 고기가 눌러 붙지 않는 신개념 불판을 들여와 맛을 또 한번 '업그레이드' 했다. 고기집에서 가장 귀찮은 한창 고기를 먹다 불판을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을 날려 버렸다. 고기는 불판에서 자글자글 익는데 불판 걱정을 하지 않아 고기 먹는 즐거움에 시간개념이 사라진다.
또 가족 손님을 위해 식당에 고가의 오락기구를 들여 놨다. 미끄럼틀 등의 놀이방 개념이 아니라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위(Wii)가 큼지막한 방에 놓여 있다. 100평이 넘는 넓은 식당 안에는 한꺼번에 150명 이상이 식사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좌식 공간도 마련돼 편안히 고기를 즐길 수 있다.

/글=이주영기자·사진=정선식기자 blog.itimes.co.kr/leejy96

 
한점 한점마다 맛 자존심 녹여내
 
 인터뷰 / 박성복 소바우 주방장

맛집을 찾으면 '횡재'한 기분이다. 가격까지 저렴하면 그야말로 평생 '단골'이 된다.
소바우 역시 맛집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가뜩이나 경제한파로 한푼이 아쉬운 요즘, 2009년 소바우가 딱 안성맞춤이다.
소바우의 주방을 책임지는 박성복 조리사(사진 오른쪽)에게 고기는 곧 자존심이다. "맛 보지 않으면 말을 마세요. 맛 하나는 자신합니다. "
그의 손을 거쳐간 고기 한점 한점이 곧 맛과 자존심이 녹아 있는 결정체이다. 유명한 모 고기집에서 주방 보조부터 착실하게 수업을 쌓은 박 주방장은 소바우에서 그의 노하우를 백분 활용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저렴하게 손님에게 내줄 수 있을까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다.
박 주방장은 "저렴한 가격에 웰빙을 접목시킨다는 점이 어렵긴 하지만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처럼 우직하게 앞만보고 가겠습니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먹을거리에 의심이 많아진 요즘, 믿을 수 있는 맛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먹거리 안전지대가 따로 없는 게 사실이다. 그저 소바우가 먹을거리 안전지대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게 된다. 음식의 '미다스 손' 박 주방장의 열정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박 주방장이 자신있게 보여 준 고기 가공실은 깨끗한 바닥에 온갖 고기 관련 시설이 설치돼 있다. 냉동고에는 그날의 판매될 고기가 손님을 기다린다.
박 주방장과 함께 맛을 찾아 동지가 된 박선미(43·사진 왼쪽)씨가 소바우의 맛을 지키는 또하나의 기둥, 그들은 경제 한파로 어려워진 서민들의 근심을 맛으로 날려버리겠다며 맛을 찾고 또 찾는다. 이에 엄두도 낼 수 없는 옻과 돼지고기를 접목해 옻 황제살 보쌈, 옻 곰탕, 옻 소고기 백반 등을 내놓았다.
웰빙과 가격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소바우에서 진정한 맛집의 의미를 느껴본다. /이주영기자 (블로그)leejy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