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국회 브리핑 룸에서는 국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 연출됐다.
 부부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대표 신분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한 것.
 이날 열린우리당 이호웅(남동을) 의원과 부인인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박인혜 상임대표가 최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강릉 A양 아버지 살해사건과 관련, ‘A양 구명운동 동참 및 가정폭력 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을 함께 촉구했다.
 박 상임대표는 “A양 사건은 가정폭력에 무감각한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고 더 이상 가정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폭력을 외면하지 말아야 함을 보여줬다”며 “아버지의 상습폭력에 시달리다 공포와 두려움 속에 아버지를 숨지게 한 A양을 선처해달라는 구명운동에 네티즌 3만여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및 26개 지부’와 ‘가정폭력 피해아동 A양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A양에 대한 불구속 수사와 피해자 석방 서명운동을 벌임과 동시에 자립지원금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웅 의원은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6가구 가운데 1가구에서 신체적 폭력이 진행되고 있고 정신적 폭력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가정의 절반 가까이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긴급구호 체계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 및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하며 이번 사건을 우발적 사고로 단순 취급하지 말고 폭력 앞에 무력한 약자의 정당방위 차원에서 충분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의원 출신인 열린우리당 홍미영(비례대표)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A양이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제대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난했다.
 홍 의원은 현 가정폭력특례법은 가정보호라는 미명하에 가정폭력범죄를 ‘경미한 범죄’로 취급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가정폭력범 의무 체포제도 도입 ▲국가기관, 학교에서의 가정폭력교육 의무화 ▲가정폭력 피해자 치료 비용의 국가 및 자치단체 부담 등 인권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을 5월 중 대표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이용희 행정자치위 위원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오제세, 이은영, 전병헌, 유승희 의원과 한나라당 고진화, 진수희 의원 등이 참석했다.
 현 열린우리당 최규성(전북 김제·완주) 의원과 이경숙(비례대표) 부부 의원이 있기는 하지만 국회에서 부부가 함께 기자 회견을 하는 일은 흔치 않다.
 /김기준기자 (블로그)g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