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
 고니 만큼 기품과 우아함이 조화를 이루는 새는 드물다. 하늘을 나르거나 물 위에 떠있는 모습에 품위가 넘쳐 흘러 가히 새중의 왕이다. 오랜 역사를 두고 고니가 영국 왕실을 상징하고 있다고 하지만 시인과 작곡가들이 이를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도 실은 고니의 춤이다.
 고니는 흔히 백조로 불리운다. 대부분의 고니들이 흰색이기 때문에 청순함의 상징처럼 여기는데 사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오스트레일리아에는 흑고니가 있고 남아메리카에는 검은목고니가 있다고 한다. 이중 백조는 북유럽이나 시베리아 일대에 서식하면서 겨울에는 우리나라의 동해 남해안에 날아와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고니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면서도 고기를 즐기는 한편 솜털의 가죽 때문에 마구 사냥 숫자가 급격히 줄었었다. 지난날 덴마크의 왕들은 고니를 대량으로 학살했으며 미국에서는 나팔고니를 마구 살륙 멸종 직전에 까지 이르러 1933년에는 겨우 66마리가 남아 있었는데 엄중한 보호조치로 71년에는 5천마리를 헤아릴 만큼 불어났다고 한다.
 때문일까. 고니는 사람들이 번식처로 침입하면 사정없이 반격한다고 한다. 싸움을 좋아하며 성미가 까다로운 이들은 영역을 굳게 지키느라 제 짝과 새끼 외에는 모두 물리친다는데 정 위험을 느끼면 물속으로 피신한다고 한다. 보통 한쌍의 고니가 한 영역을 30∼40년 동안 죽을때까지 독점하면서 부부애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고니의 한가지 흠은 우는 소리가 아름답지 못하고 혼탁하다는 점이다. 혹 ‘백조의 노래’라는 말들을 하는데 그것은 하나의 상징적 의미일뿐 실제로는 음악적인 소리를 내지 않는다. 가끔 ‘쉿 쉿’ 혹은 ‘홋 홋’하는 소리를 낼뿐 그래서 벙어리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단다.
 이 겨울의 진객 고니가 최근 무리지어 시화호에도 찾아들고 있다고 한다. 물위에 S자형으로 목을 꾸부리고 떠있는 고니의 자태-그 모습 흐트러지지 않도록 보호에 신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