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서울 기술원 등 진실 규명
윤락 우려 이유 가두고 가혹 행위
지자체 공식 사과·명예회복 없어

방화 발생 '용인 기술학원 부지'
플랫폼시티 개발 예정…곧 철거
도 “유족과 논의해 위령비 존치”

경기도를 비롯한 의정부·동두천·평택시 등이 과거 20여년 동안 여성 인권을 유린한 역사를 외면하고 있다. 당시 여성들이 고통을 못 이겨 방화까지 저지른 경기도여자기술학원은 용인시 플랫폼시티 개발 사업으로 아예 사라질 예정이다.

 

▲진화위, 명예회복 권고에도 지자체들 외면

16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올해 1월 경기도여자기술학원 등 여성수용시설 인권 침해 사건의 진실을 처음 규명했다.

이는 정부가 1961년 11월 윤락행위등방지법을 제정한 뒤 1985년까지 23여년 동안 여성들을 17∼34곳의 수용시설에 가두고 인권을 침해한 사건이다. 이 시설들에선 한 해에 최소 2798명에서 최대 1만3366명까지 생활했다.

이때 여성들은 폭행을 당한 것은 물론 의식주 기본적인 생활 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도 퇴소 조차 불가능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진화위는 정부와 경기도·의정부시·동두천시·평택시 등에 공식적인 사과와 명예 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권고했다. 이 지자체들은 정부와 함께 시설을 관리하며 운영한 가해 주체로 지목됐다.

진화위는 “여성수용시설은 폭력, 상해, 구타, 가혹한 기합 등 원생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기본적인 생활을 지원하지 않았다”며 “헌법에 보장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진화위의 권고가 있고 3개월여 동안 경기도와 의정부·동두천·평택시는 공식 사과와 명예 회복 조치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정부·동두천·평택시는 사안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진화위에서 권고하긴 했지만, 아직 최종 보고서가 나온 건 아니기에 별다른 검토를 하진 않았다”며 “(사과나 지원 방안에 대해) 아직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고 말했다.

 

▲위령비 세워진 기술학원 철거 위기

여성수용시설 중 한 곳인 경기도여자기술학원은 용인시 플랫폼시티 도시개발사업으로 조만간 철거될 예정이다.

이 경기도여자기술학원은 1962년부터 1995년쯤까지 운영된 시설이다. 대지면적 3만7097㎡, 연면적 7137㎡ 규모로 2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이곳에서 고통을 받던 일부 여성이 방화 후 탈출을 시도하다가 37명이 질식사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시설이 폐쇄되고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비가 세워졌다. 현재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이 시설을 남부사업본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개발사업으로 이런 역사 현장이 이르면 하반기쯤 사라질 예정이다. 사업은 추후 개통될 GTX-A 용인역을 중심으로 2035년까지 기흥구 보정동 일원을 자족도시로 개발하는 게 골자다.

사업 시행사는 경기도·용인시·경기주택도시공사·용인도시공사다. 개발되는 일원은 275만7186㎡ 규모로 약 83만평에 이르는데 경기도여자기술학원이 사업 부지에 포함됐다. 사업은 2029년쯤 준공할 예정으로 최근 일대 건물 등을 매수하는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도는 위령비의 경우 별도로 존치하도록 피해자 유족들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도 관계자는 “사업 계획에 따라 토지 수용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 실시계획이 인가될 것”이라며 “위령비는 피해자 유족들과 논의해 존치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관련기사
인권 유린 역사 '경기도여자기술학원' 철거 위기 '용인시 플랫폼시티' 도시개발로 여성 인권 유린의 역사 현장인 경기도여자기술학원이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경기지역 여성단체들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기회조차 사라지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1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행사인 경기도·용인시·경기주택도시공사·용인도시공사는 지난 2018년부터 기흥구 보정동 일원을 플랫폼시티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은 추후 개통이 예정된 GTX-A 용인역을 중심으로 오는 2035년까지 일원을 자족도시로 개발하는 게 골자다. 이 일원은 275만7186㎡ 규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