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플랫폼시티 개발지 포함
“진실규명 기회 사라지나” 우려

도, 위탁 운영…강제수감·구타도
여성들, 1995년 방화·탈출 시도
37명 질식사 참사…위령비 세워
폐쇄 이후 일자리센터 등 활용

도 “유족과 위령비 논의할 것”
용인시 기흥구 용구대로 2311 일대에 있는 건물의 모습. 여기선 1969년 강제 수용 이후 인권 유린을 당하던 여성들이 방화까지 저지르다 수십명이 질식사하는 등 참사가 벌어졌었다. 이 때문에 이 일대엔 당시 여성들을 기리는 위령비까지 세워졌다. 현재 이 곳은 경기도일자리재단이 남부사업본부로 활용 중이다. /사진제공=경기도일자리재단
▲ 용인시 기흥구 용구대로 2311 일대에 있는 건물의 모습. 여기선 1969년 강제 수용 이후 인권 유린을 당하던 여성들이 방화까지 저지르다 수십명이 질식사하는 등 참사가 벌어졌었다. 이 때문에 이 일대엔 당시 여성들을 기리는 위령비까지 세워졌다. 현재 이 곳은 경기도일자리재단이 남부사업본부로 활용 중이다. /사진제공=경기도일자리재단

'용인시 플랫폼시티' 도시개발로 여성 인권 유린의 역사 현장인 경기도여자기술학원이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경기지역 여성단체들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기회조차 사라지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행사인 경기도·용인시·경기주택도시공사·용인도시공사는 지난 2018년부터 기흥구 보정동 일원을 플랫폼시티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은 추후 개통이 예정된 GTX-A 용인역을 중심으로 오는 2035년까지 일원을 자족도시로 개발하는 게 골자다. 이 일원은 275만7186㎡ 규모로 약 83만평에 이른다.

시행사는 올해 상반기쯤 실시계획을 인가해 하반기부터 착공 작업에 들어간 뒤 2029년쯤 준공할 예정이다. 현재 시행사는 일대 건물 등을 매수하는 등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사업 계획대로 추진되면 과거 여성들이 강제 수용되고 인권 유린이 벌어졌던 경기도여자기술학원이 철거된다. 이 건물들(대지면적 3만7097㎡·연면적 7137㎡)은 전체 3개동으로 2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단체들은 사건의 책임이 있는 경기도 등에 대한 진실규명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여자기술학원은 1962년 당시 양주군에 있던 국립부녀보호소로 도가 이를 인수한 뒤 1969년에 명칭을 바꾼 곳이다.

도는 이 곳에서 매춘 여성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시키기로 했는데 여성들을 강제 수감하고 구타, 욕설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질렀다. 고통을 겪던 일부 여성이 1995년 방화 후 탈출을 시도하다 37명이 질식사하는 등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일대엔 당시 여성들을 기리는 위령비까지 세워졌다. 이후 건물들은 폐쇄됐다가 1997년 경기광역새일센터로 쓰였다. 현재는 경기도일자리재단이 남부사업본부로 활용 중이다.

이 일대 건물들에 대해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인 용인도시공사는 올해까지 관련 행정절차를 끝내고 내년부터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아 경기도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반인권적인 사건이 벌어진 공간이 그대로 개발돼 역사 현장 자체가 삭제되는 건 절대 옳지 않다”며 “개발 이전에 최소한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역사적인 규명이 되고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련 자료들을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인도시공사 관계자는 “일자리재단하고 협의하고 있는데 올해까진 건물들을 비워달라고 한 상황”이라며 “건물들은 사건 이후 오래됐기도 했고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관련해선 경기도가 유족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도는 이 건물들은 예정대로 철거하겠다고 했다. 도는 위령비를 그대로 존치할지, 다른 곳으로 이전할지 유족들과 협의하고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해당 건물들은 이미 다른 용도로 다 활용되고 있고 그 모습 그대로 존치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철거한다는 건 유족들도 알고 있다”며 “위령비에 대해선 유족들과 이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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