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친화 환경 '가치함께 시네마'
세대공감영화제·日동시 상영전
내년 국제교류 프로그램 활성화
영화가 낭만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들뜬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 상영시간을 확인하고, 영화를 보기 위한 몇 시간의 기다림쯤은 마다치 않았던 그때. 영화가 유일한 문화생활이었던 1957년 인천 동구 송현동에 천막극장인 '미림극장'이 세워졌다.
50년 가까이 지역의 대표 영화관으로 그 자리를 지켰지만,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2004년 폐관을 결정하고 시민들과의 작별을 고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림을 그리워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더욱 커졌다. 시민들의 열망과 시민사회, 영화계의 도움으로 폐관 9년만인 2013년 '추억극장 미림'으로 돌아와 현재 '인천 미림극장'으로 그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로 재개관 10주년을 맞은 미림극장의 최현준 대표를 만나 그가 꿈꾸는 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0년쯤 극장명을 바꿨어요. 추억을 그리워하는 것도 좋지만 과거에만 머물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그 시간과 함께 오늘과 내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았죠.
미림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한 장르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요즘 시대 쉽게 접할 수 없는 고전영화부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뚝심 있게 자신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감독들의 독립·예술영화도 만나볼 수 있다.
최 대표는 “요즘 나온 영화, 상업영화는 대형 영화관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상영된다. 쉽게 주목받지 못하고 접할 수 없는 영화를 선보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장르 영화 상영을 통해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해주는 의미를 깨닫고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림극장에서는 영화 상영에 더해 지역 및 국제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치매 친화 환경 조성을 위한 '가치함께 시네마', 세대공감 영화제, 일본 지역극장과의 국제교류 동시상영전 등이 대표적이다.
최현준 대표는 “세대가 다른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이 소통하고, 쓰는 언어가 다르지만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영화가 가진 힘이자 과거와 현재를 잇는 미림극장의 정체성”이라며 “내년에는 코로나로 멈춰있던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관객들과 소통할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변치 않는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입니다. 언제든지 찾아오셔서 영화를 통해 삶을 발견하시고 새로운 추억을 쌓으세요. 미림극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글·사진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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