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서구 경서동 녹청자박물관과 함께 강화군 내 소창 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 기독교 역사기념관, 연수구 내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등 인천의 문화시설을 '로컬100(지역 문화 매력 100선)'으로 선정했다. 지역 문화의 매력과 가치를 널리 알리려고 명소·콘텐츠·명인 등을 뽑아 발표한다. 여기엔 전국적인 유무형의 명소 58곳, 콘텐츠 40개, 명인 2명 등이 포함됐다.
이 중에서도 사적 제211호로 지정된 녹청자박물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박물관은 경서동 요지서 출토된 유물을 주로 전시하는데, 녹청자는 청자 계통의 얇은 태토(胎土) 위에 녹청색 유약을 발라 구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 후기까지 서민용으로 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품질이 뛰어난 청자가 지방호족 등 부유층에 확산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그런 다양한 고려청자 생산 유적이 인천에도 있어 관심을 끈다. 세인들의 입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도요지를 발굴·조사한 때는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요지 구조와 양식이 독특하다고 판명된 발굴 결과에선 대접과 접시를 비롯해 자배기와 병항아리 등이 나왔다. 출토품엔 모두 문양이 없거나 유약을 긁어 장식을 시도한 흔적이 보였다. 청자 초기 단계를 연구하는 데 매우 귀중한 유물이라고 한다. 가마터는 유약의 성분과 구조, 소성(燒成) 온도 등으로 미루어 아주 희귀한 양식으로 나타났다.
자기를 굽던 발자취는 여러 갈래로 남아 있다. 나이 지긋한 동네 주민들은 옛 마을 이름이 '사금마리'였다고 기억한다. 자기 파편이 사금파리 조각처럼 많이 나왔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뜻이다. 서구청에서 발간한 향토사는 또 다른 사실을 밝혀준다. 녹청자 구조 양식의 도요지가 일본에서 발견돼 그들은 자기만의 독자적인 것으로 자부하고 있지만, 경서동에 녹청자도요지가 있었으니 일본의 주장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우리 도요 기술이 일찌기 일본으로 흘러갔음을 엿보게 하는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2012년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된 녹청자박물관은 녹청자 유물과 전통 도자기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역사 전시실'과 현대 도예 작품을 감상하는 '기획 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야외 전시장에선 서곶(서구 일대) 지역에서 사용됐던 200여점의 옹기도 살피게끔 했다. 박물관 측은 축제와 전시, 도예 정규 교육과정과 북카페, 문화충전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아무쪼록 녹청자박물관을 통해 '매력 넘치는 문화 도시, 누구나 가고 싶은 인천'을 알렸으면 싶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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