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브게니 프리고진./사진=AP, 연합뉴스

지난 6월 푸틴을 상대로 무장반란 사태를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개월 만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갑작스럽게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에서 각종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죽은 것처럼 위장했을 뿐 실제로는 살아있다" "프리고진의 죽음은 미국 책임이다"라는 등의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모스크바에서 두 대의 비행기가 짧은 시차를 두고 이륙했는데 사실 프리고진은 추락하지 않은 두 번째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프리고진의 죽음에 대한 갖가지 추론과 추정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고 보도하며,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프리고진이 추락한 비행기 탑승자 명단에 있다는 것이지 실제 탑승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일각에서 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고기에 프리고진의 측근인 드미트리 우트킨이 동승한 것도 이상한 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 블로거인 이고리 수슈코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프리고진의 죽음을 확인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반란의 또 다른 주역인 우트킨이 프리고진과 함께 같은 비행기에 탔다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고가 프리고진이 크렘린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민 자작극일 가능성과 함께 정교하게 기획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복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매디슨 위스콘신대학의 미하일 트로이츠키 교수는 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는 "의도적인 파괴 행위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사고가 프리고진의 자작극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 내 권력투쟁이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프리고진의 반란이 푸틴 대통령에게 세계적으로 큰 굴욕을 안겼다면서 결국 푸틴 대통령이 보복할 것이란 것을 프리고진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제트기가 추락했다면서 "탑승자 명단에 프리고진 이름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친(親)바그너그룹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러시아군 방공망이 바그너그룹의 전용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면서 프리고진이 숨졌다고 말했다.

앞서 그레이존은 사고 시점에 바그너그룹 전용기 2대가 동시 비행 중이었고, 1대가 추락한 뒤 나머지 1대는 모스크바 남부의 오스타피예포 공항으로 회항했다며 프리고진의 생존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이후 입장을 바꿨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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