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도시, 고층 건물·인프라만으론 부족
우수 인재 육성 교육, 국가 흥망성쇠 좌우
인천글로벌캠에 5개 해외 명문 대학 입주
졸업생, 글로벌 기업·국내 대기업 등 진출
각 분야 도시 발전 이끌어 가는 것은 '사람'
인천시·지역사회, 글로벌 인재 활용법 논의를
인천이 초일류 도시를 향하여 발돋움하고 있다. 인천은 역사적으로도 지정학적인 장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개항 이후 새로운 문명의 교류 장소였으며, 산업화 시대에는 수출입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해 온 인천은 이제 인천국제공항과 인천경제자유구역 출범 이후 본격적인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민선 8기 인천시는 이러한 인천의 잠재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초일류 도시 조성이라는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초일류 도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사스키아 사센 교수가 정의한 글로벌시티(Global City) 개념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즉,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에서 연결의 핵심 역할을 하는 도시를 글로벌시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글로벌시티는 경제적 번영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사회제도, 환경, 포용과 다양성 등 사람과 기업이 모여들 수 있는 제반 요건을 갖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통한 사람과 물류의 흐름, 그리고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해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국제기구들을 통한 글로벌 경제체제에서의 역할을 늘려나가면서 글로벌 도시로서의 요건을 충족해 가고 있다. 그러나 도시가 고층 건물과 인프라만으로 일류도시가 될 수 없듯이, 초일류 도시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들고 육성되는 환경이 필요하다.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이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대학은 바로 이러한 사명을 수행하는 핵심 조직이다.
그러한 점에서 인천글로벌캠퍼스는 초일류 도시 인천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글로벌 인재들을 교육하고 배출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2012년에 최초로 설립된 한국뉴욕주립대학교를 비롯해 현재 5개의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이 글로벌 인재들을 육성하고 있다. 2014년에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유럽의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가 개교하였으며, 2017년에는 세계 최고의 패션 대학인 FIT가 입주하였다. 그리고 스탠퍼드대학교가 설립한 한국스탠포드센터가 2021년에 출범하여 스마트시티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2년 개교 당시 단 45명의 학생들과 함께 출발한 인천글로벌캠퍼스에는 지금 3973명의 국내외 학생들이 공부하는 세계 명문 대학들의 연합 캠퍼스로 발전하고 있다. 각 대학의 교수들도 2013년 38명에서 2023년 현재 281명으로 늘어났으며, 우수한 인재 양성뿐만 아니라 산학협력을 통한 국내 산업 발전과 세계시민 교육 등 지역사회 공헌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학생들 역시 초중고생들을 위한 영어와 수학 지도,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면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각 대학이 가장 경쟁력 있는 학과들을 개설하여 하나의 캠퍼스 안에서 서로 교류하면서 인천글로벌캠퍼스는 융합과 통섭의 시대적 흐름에 적합한 연합 캠퍼스로서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매년 각 대학의 학생들은 스포츠 행사를 통해서 공정한 경쟁과 우정의 가치를 배우고 있으며, 각 대학의 음악과 댄스 동아리들이 출연하는 뮤직페스티벌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학생들의 팀별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프로젝트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리서치 쇼케이스 행사를 통하여 창의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협업을 통한 연구와 토론이 캠퍼스의 새로운 문화가 되어 가고 있다.
인천글로벌캠퍼스가 글로벌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과 대학원 진학 사례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5개 대학에서 졸업한 1600여명의 학생들은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 그리고 송도에 입주해 있는 국제기구 등에 진출하고 있으며, 석·박사 과정까지 학업을 계속할 학생들은 존스홉킨스 대학원이나 스위스연방 공과대학 등에 진학하고 있다.
향후 2단계로 5개의 외국대학이 더 입주해서 최종적으로 10개의 대학에서 1만 명의 국내외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게 되면, 이곳은 분명히 글로벌 인재 양성의 허브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 밖에도 스탠포드센터와 같은 세계적인 연구소들을 유치함으로써 대학과 연구소들이 함께 산학협력과 연구개발을 통하여 인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외국대학 유치 초기인 2008년 인천을 방문하였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의 래리 닐슨 박사는 인천글로벌캠퍼스가 '동서 지식과 문화 교류의 중심(Center for East-West Intellectual and Cultural Exchange)'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명문대학들을 자국 내에 유치함으로써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교육혁신을 하기 위한 시도들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82년 미국 탬플대학교 분교를 유치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1998년부터 '세계수준 대학 유치정책(World Class Universities, WCU)'을 수립하고 최소 10개 이상의 외국 명문대학 유치에 주력하여 미국 MIT, 존스홉킨스대학과 프랑스의 최고 경영대학원인 INSEAD를 유치했다. 중국도 자국 대학과 합작 형태로 2004년 상해 인근의 닝보에 영국 노팅엄대학을, 2006년 이후 리버풀대학과 듀크대학 등을 유치했다. 그 밖에도 두바이 지식마을(Dubai Knowledge Village), 2022월드컵 개최지였던 카타르의 교육도시(Education City), 말레이시아의 교육도시(Edu City), 아프리카 인근의 모리셔스 교육도시(Uniciti) 등 인천글로벌캠퍼스와 유사한 글로벌 인재 양성 모델들이 경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대학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내 대학 발전뿐만 아니라, 외국의 우수한 대학을 유치해서 교육과 연구 수준을 한층 향상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인천이 초일류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도시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글로벌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영어와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지식 기반 경제체제에서 글로벌 무대를 자유롭게 누비고, 인천을 글로벌 도시로 만들어 가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송도국제도시에는 현재 국립 인천대학교, 연세대 국제캠퍼스, 인하대 항공우주융합캠퍼스, 재능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그리고 인천글로벌캠퍼스의 5개 외국대학이 있다. 향후 2단계로 5개 외국대학과 인하대 송도캠퍼스가 설립되면 15개 이상의 대학이 모여 있는 세계적인 교육과 연구 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또한 원도심에도 인하대, 가천대, 청운대, 경인여대와 경인교육대 등 다양한 대학들이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므로 초일류 도시 인천이라는 비전과 목표 달성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 건설과 재생, 그리고 인프라 확충뿐만 아니라 인천의 각 대학이 어떻게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그러한 인재들이 인천의 기업, 공공부문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인천시 정부와 지역사회의 심층적인 논의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유병윤 인천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 대표이사
/공동기획=인천일보·인천학회·인천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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