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간) 전쟁 중에도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해온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4일 서방의 제재에도 아프리카에 곡물과 비료를 계속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 크렘린궁이 발표한 보도문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에) 우크라이나 곡물을 상업적으로나 무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며 "러시아는 올해 또다시 기록적인 수확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아프리카 내 식량난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자 우크라이나 곡물을 자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제시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오는 27∼28일로 예정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유라시아경제연합(러시아가 주도하는 구소련 출신 국가들의 경제 협력체)의 틀에서 아프리카연합(AU)과 상호이익 관계를 만들 준비가 됐다"고 강조하며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아프리카에 곡물, 식품, 비료와 다른 상품들을 제공하는 활발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흑해곡물협정이 애초 목적과 달리 미국과 유럽의 이익을 위해 쓰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곡물협정의 초기 목적이 국제적 식량 안보를 보장하고 기아 위협을 줄이면서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어려운 국가들을 돕기 위한 선의의 제스처로 서방에 의해 알려졌지만, 실상은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하고 재판매하는 미국과 유럽의 대형 사업체들의 배를 불리는 데만 쓰였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흑해곡물협정에 따라 거의 1년 동안 우크라이나가 수출한 곡물 3천280만t 가운데 70% 이상이 고소득·중상위 소득 국가에 갔고 예멘,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에티오피아, 수단, 소말리아가 받은 곡물은 3% 미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국 농산물과 비료의 수출 보장 약속이 이행되지 않음을 주장하며 러시아는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기아를 무기화하고 세계 식량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러시아의 또 다른 시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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