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크선에 실린 우크라이나산 곡물./사진=EPA, 연합뉴스

세계 식량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희망의 등대"라고 칭했던 흑해곡물협정이 체결 1년을 앞두고 17일(현지시간) 결국 종료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세계 안보에 엄청난 위협이 된 만큼 동시에 식량 대국인 두 나라의 전쟁 여파는 세계 식량 시장에 불안을 키웠다.

우선 우크라이나의 경우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로, 러시아의 침공 전인 2021년을 기준으로 보면 전 세계에서 보리 3위, 옥수수 4위, 밀 5위 수출국이었다.

특히 전 세계 밀 수출량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세계 최대 밀 수출국 중 하나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중단했을 때 식량 사정이 좋지 못한 개발도상국이나 국제기구의 식량 원조를 받는 최빈국이 큰 타격을 입었다.

국제 농산물 가격 역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바 있다.

그러나 그해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선박이 흑해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고 러시아는 농작물과 비료 수출을 보장받는 흑해곡물협정을 타결, 국제 농산물 가격은 안정을 되찾았다.

밀 가격은 올해 들어 약 17% 하락했고, 옥수수 시세도 약 26% 내려갔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공동조정센터(JC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해당 협정으로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3천620만t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었고, 그중 절반 이상은 개발도상국으로 향했다.

특히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협정 체결 직후 72만5천t에 달하는 인도주의적 식량 원조를 에티오피아와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기아에 허덕이는 최빈국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3차례 연장됐던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 측의 협정 종료 선언으로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를 떠난 곡물선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곡물 수출은 끊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연장 거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점령 중인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공격받은 직후 발표됐는데, 이 공격으로 크림대교 통행은 긴급 중단됐고 러시아 반테러위원회(NAC)는 이를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에 의한 '테러'로 규정했다.

다만 러시아는 크림대교에 대해 벌어진 공격과 이번 협정 종료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협정 종료로 유엔 세계식량계획 통계에 따라 전 세계 4억 명을 먹여 살리고 있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또다시 막히게 됐다.

게다가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밀 선물 가격은 이날 부셸당 6.81달러로 3.0%, 옥수수 가격은 부셸당 5.21달러로 1.4% 상승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것(흑해곡물협정 종료)은 기아를 무기화하고 세계 식량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러시아의 또 다른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흑해곡물협정은 보존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흑해 항로를 통한 식량 안보 및 공급을 회복하기 위해 책임 있는 국가들과 협력하기로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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