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중국 산둥성에서 닭이 울면 인천에서 들린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만큼, 지리적으로도 아주 가깝다. 거슬러 올라가면, 삼국시대부터 인천은 중국과 왕래하던 거점이었다. 연수구 옥련동엔 백제가 중국을 오갈 당시 이용했던 나루터가 자취를 남기고 있다. 능허대(凌虛臺)다. 백제가 378년부터 100여년 동안 사용했던 선착장으로 알려진다. 사신과 무역상 등이 중국으로 가는 배를 탔던 곳이다. 1990년 인천시 기념물로 지정됐다. 현재 능허대 주변은 개발로 인해 공원으로 단장된 상태다.
이처럼 인천을 통한 중국과의 뱃길은 오래 전에 존재했으나, 인천 개항(1883년) 후 본격화했다. 8.15 광복 직후까지 인천에서 상하이 등 중국 내 주요 도시를 오가는 항로가 활기를 띠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반도 분단과 냉전으로 바닷길은 완전히 막혀버렸다. 인천∼중국 항로가 오랫동안 끊기는 바람에 결국 한·중 관계도 경색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한·중수교(1992년) 2년 전인 1990년 9월15일 인천∼웨이하이(威海) 항로를 시작으로, 인천∼톈진(天津)·롄윈강(連雲港)·스다오(石島) 등의 뱃길이 잇따라 열렸다.
중국에서도 톈진시는 인천과 유사한 점을 많이 공유해 주목을 받는다. 톈진시는 화베이(华北) 지구 내 중앙 직할시로, 수도 베이징시와 인접해 있다. 베이징의 외항(外港) 역할을 한다. 톈진은 바다에서 40여km 떨어진 지역에 발달했다. 인천항에서부터 서울까지 거리와 비슷하다. 원나라 때부터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였다. 청말엔 서양의 조계지가 설치됐으며, 심심치 않게 열강과의 충돌도 벌어졌다. 이런 조계지 역사와 근대 무역항 경험은 인천과 흡사하다. 그래서 인천시는 1993년 톈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우호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을 방문한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6월29일 톈진시 공산당위원회 천민얼 서기와 장궁 시장을 만났다. 여기서 자매도시 결연 30주년을 기념해 공동선언문을 내놓고 양 도시가 3년째 운행 중단 상황인 카페리 운항 재개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아 눈길을 모았다. 인천∼톈진 항로 카페리는 1991년 운항에 들어갔지만, 선령 제한(30년)에 따라 2020년 2월 운항 중지 이래 새 선박 건조를 하지 못한 채 뱃길이 끊겼다.
두 도시가 아울러 경제·교육·질병·보건·관광·항만·문화·학술 등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일은 고무적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관계 강화는 동북아 안정과 평화에 큰 도움을 주어서다. 마침내는 양국 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겠나. 인천-톈진의 미래지향적 협력 방향이 기대된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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