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발행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월간이든 계간이든 가리지 않고 다 그렇다. 우선 독자 확보와 재정적인 뒷받침 등 헤쳐나가야 할 일이 무척 많다. 책 내용이 어줍잖으면 독자와 구독료를 잃고, 나중엔 폐간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30년 동안 꾸준히 발행에 힘을 쏟았다면, 높이 살 만하겠다. 그것도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지속적으로 나온 잡지는 아주 드물다. 아니, 몹시 희귀할 정도다. 그만큼 우리 '잡지 생태계'에서 30여년을 버틴 세월이야말로 '파란만장' 그 자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런 의미에서 계간 <황해문화>는 매우 각별하다. 인천지역 굵직한 문화행사를 도맡아 벌이는 새얼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잡지다. 인천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겨진다. 30년 전인 1993년 <황해문화> 창간호가 나왔을 때만 해도, 각계에선 이렇게 오랫동안 발행할 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 호도 거르지 않은 채 한결같이 발행을 거듭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잡지 편집진의 노고와 함께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의 '뚝심'을 읽을 수 있다.
<황해문화>는 이제 국내 대표 잡지로 자리를 확고히 잡았다. 그 내용에서도 종합지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창간호에서 밝힌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다짐을 곧추세우며 다양한 의견과 주장 등을 게재한다. 우리와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안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제공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울러 새로운 소설과 시, 평론 등을 실으며 문학적으로도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해문화>가 통권 120호를 기념해 학술대회를 연다. 새얼문화재단은 7월8일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 6층 국제회의장에서 '다중재난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라는 두 가지 대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지용택 이사장의 개회사에 이어 <황해문화>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가 '다른 세계들과 정의로운 전환'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친다. 1부와 2부로 나눠 각 전문 교수와 연구원 등이 다채로운 발표·토론에 나선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근본적인 물음과 답을 내놓는 <황해문화>는 인천이란 공간을 벗어나지 않고서도 늘 우리나라 전체를 직시해 왔다. 우리가 안고 있는 갖가지 문제를 톺아보면서 해결책을 모색한 자리였다. 어느새 분단의 바다로 떠오른 황해가 앞으론 통일과 평화를 꾀하는 바다를 향했으면 한다. 부디 <황해문화>가 이를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하면서….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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