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 하기에,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사람이 많으니라. 내가 이를 가엾이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쉬이 익혀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1443년 반포한 훈민정음(訓民正音)을 현대어로 바꾼 표기다.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 가운데 그 우수성을 자랑한다. 창제자와 창제 연도를 명확히 밝히고, 창제 정신을 '자주·애민·실용'에 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제자(制字) 원리 독창성과 과학성에서도 각별해 국제기구에서 그 특성을 공인할 정도다. 한글은 일단 배우기 쉬운 문자로 통한다. 소리글자여서 소리를 알면 쉽게 익힐 수 있다. 24개 자모로 이뤄지고, 그 모양은 소리를 묘사하는 데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다. 아울러 쓸 수 있는 소리도 많다. 한글은 모든 한국어와 다른 언어의 소리도 나타낼 수 있다.
이런 한글의 뛰어남과 각국의 문자를 기릴 세계문자박물관이 인천에서 문을 연다. 오는 29일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서다. 인천 최초 국립박물관이기도 한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건립했다. 프랑스·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인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만5천㎡ 규모로 세워졌다. 이 곳에선 미술·건축·미디어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 세계 문자의 속성과 체계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박물관 지하 1층엔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을 주제로 상설전시실이 들어선다. 이 전시실에선 송암 박두성 선생의 한글점자 유품을 비롯한 인천 관련 전시품들도 선보인다. 지상 1층은 '문자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실과 문자 생성의 원리를 체험 공간으로 연출한 어린이체험실, 지상 2층은 카페테리아 등으로 꾸몄다. 인천시는 세계문자박물관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17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박물관 앞 잔디광장에서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행사에선 세계 각국 문자로 구성된 7m 높이의 대형 텍스트 큐브 등 문자를 활용한 전시물들이 선보인다. 또 문자 스탬프를 활용한 강화 소창 만들기, 다양한 문자로 구성된 문자 팔찌 만들기 등을 통해 세계 문자를 체험할 수 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의미 있는 박물관이 인천에 개관하는 만큼,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얻었으면 한다. 인천시민은 물론 국민과 세계인들에게 널리 인정을 받았으면 싶다. 인천시도 세계 문자를 아우르는 데 걸맞은 박물관으로 자리를 잡도록 최대한 지원하길 바란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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