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탈춤'(Talchum; mask dance drama in the Republic of Korea)은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유네스코 위원회는 2022년 11월 말 한국의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된 탈춤 13종목과 시도무형문화재 5종목을 묶어 '한국의 탈춤'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 등재 결정을 내렸다. 경기도에서는 양주별산대놀이와 퇴계원산대놀이가 목록에 들어가 있다. 양주별산대놀이는 1964년 국가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됐고, 퇴계원산대놀이는 2010년 경기도무형문화재가 되었다. 지정연도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퇴계원산대놀이는 뒤늦게 재발견 복원된 탈춤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대학가에는 탈춤 바람이 불었다. 국문학과 민속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전국의 탈춤을 발굴하는 데 힘썼고, '전통춤과 연희'에 매료된 학생들은 탈춤반을 조직했다. 숨 막히는 권위주의 정권에서 탈춤 패거리들은 탈춤 특유의 풍자와 조롱의 무대를 대학 캠퍼스 안에서 재현해 보이는 한편 잊힌 탈춤들을 복원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이 분위기가 1980년대로 이어져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는 대중 정서를 낳았다.
산대놀이는 산처럼 높은 무대(山臺)를 설치하고 공연되던 궁중 연희와 나례(儺禮) 의식에서 유래했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오던 궁중 산대와 나례가 조선 중기 이후 폐지되었으나, 탈춤을 중심으로 한 연희는 민간에서 계속 행해졌다. 송파산대놀이나 양주별산대가 대표적이다. 산대놀이는 서울과 경기 일대의 탈춤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아오개(아현동), 녹번, 구파발, 사직골 등의 산대놀이는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서울대박물관에 소장된 나무 가면에 경복궁 재건 당시 쓰였다는 글자가 주목을 받았다. 학자와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퇴계원 토박이 백황봉 옹(1911년생)이 1920년대까지 퇴계원산대놀이의 중심 연희자였던 한원근 등에 대해 상세하게 구술함으로써, 전승이 끊겼던 탈춤의 복원 길이 열렸다.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 민경조 회장은 이 복원 과정의 중심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퇴계원산대놀이는 1997년 전체 12과장과 탈·의상이 모두 복원될 수 있었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국가와 남양주시가 남양주퇴계원산대놀이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용연습실도 필요하고 상설공연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역 예술인이 자존심을 지키며 예술 활동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지난 33년간 보존회를 이끈 민 회장의 마지막 바람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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