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 쓰는 판사'로 눈길
2010년부터 10여편 작품 집필
네이버 동명 웹소설 엮어 출간
"강렬한 내용 매번 담기 어려워
미래 기술·추리 요소 결합 구상"
“시대가 변해도 인간은 변하지 않아요. 인간의 근원을 파헤치거나 범인을 추적해가는 추리 소설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작품들을 써서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읽히면 좋겠어요.”
추리 소설가 도진기 작가는 2010년 마흔세 살의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작 <선택>으로 한국 추리 소설계에 등장했다. 탄탄한 완성도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특별한 이력으로도 주목받았다. 바로 '추리 소설 쓰는 판사'다.
<선택>으로 2010년 한국추리작가협회 신인상 수상, 2014년 <유다의 별>로 한국추리문학대상을 받은 그는 판사 시절에만 10편이 넘는 작품들을 냈다.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5년에는 <가족의 탄생>을 펴냈다.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며 추리소설 작가로서도 왕성히 집필 중인 도진기 작가가 신작 <복수 법률사무소>를 출간했다.
<복수 법률사무소>는 지난해 네이버 웹소설 플랫폼에서 연재된 작품을 3권으로 묶은 책이다. 그는 동료 작가의 권유로 웹소설에 처음 도전했고 연재 기간에 우수한 평점을 받으며 미스터리 부문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는 웹소설 연재를 통해 추리 소설 독자층이 넓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의욕을 갖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의 웹소설 도전기는 추리 소설의 특성상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한다.
“추리 소설은 한 호흡에 읽을 때 흡입력이 강하고 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데 웹소설에서는 날마다 나눠서 연재하고 그 속에 강렬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매번 담아내는 게 어려웠어요.”
이 책은 자살로 위장된 아버지 죽음의 복수를 위해 이름도 과거도 지운 젊은 변호사 윤해성이 글로벌 자동차기업 총수, 양다곤 회장에 맞서 치밀한 두뇌 싸움을 펼치며 복수하는 도심 법정 활극이다.
30년 가까이 법조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판결문보다 법정물 소설 쓰는 일이 더욱 까다롭고 어렵다.
“법정물 소설 집필은 법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어려운 법정 용어와 상황을 풀어헤치고 다시 가공하는 과정이에요. 어떻게 정당방위 등 쉬운 용어를 사용하면서 뒤통수를 치는 카타르시스를 만들 수 있을까 늘 고민이 많죠”
어렸을 적부터 호기심이 많고 추리 소설을 좋아했던 그는 수준 이하의 일본 추리 소설을 보고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일본 추리 소설계에 대한 경쟁심에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은 추리 소설의 선진국이고 물론 좋은 작품들도 많아요. 그런데 개연성과 동기가 떨어진 채 결말을 위한 설정이 난무하며 현실성이 떨어진 작품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부분들을 주의하며 현실성 있는 생활 밀착형 소설을 써보고 싶었죠.”
그가 작품 활동하기 이전에는 무분별한 일본 추리 소설의 유입에도 어떠한 비판 없이 무조건 추앙하고 우리나라 소설은 경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 독자들이 우리나라와 일본 추리 소설 작품에 대한 편견 없이 읽어주고 좋은 작품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인정해줘서 감사하죠.”
그는 한동안은 웹소설보다 전통적인 추리 소설에 집중할 계획이다. 공상과학(SF) 요소가 들어간 추리 소설 집필을 염두하고 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기술이 미래에 구현됐을 때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추리적인 요소와 결합해서 쓰려고 구상 중이에요.”
/변성원 기자 bsw90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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