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요즘 여러모로 시끄러운 공인중개사는 과거 복덕방(福德房)이라 불렸다. 그 기원은 고려시대 때의 거간으로까지 올라간다. 타인간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이가 거간이다. 집이나 토지를 중개하면 가거간(家居間)이다. 조선시대 말 가거간들이 모여 사무실을 차린 것이 복덕방이다. 초기 복덕방은 아랫 부분을 여러 갈래로 찢은 누런 삼베를 간판으로 사용했다. 누런 삼베는 수수해서 복이 잘 붙고 감이 질겨 오래 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아랫 부분을 찢어 놓은 것은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라는 뜻이라고 한다. 복덕방에는 소일 삼아 나온 동네 노인들이 많았다. 거래가 성사돼 받는 댓가는 구전(口錢) 또는 복비(福費)라 불렀다. 과거에는 복덕방에서 풍수지리나 이사 날짜까지 봐주었다고 한다. 복덕방이나 복비라는 말도 새 집으로 이사 가서 복 많이 받으라는 뜻이었다니 그 느낌부터 따뜻하다.

▶1970년대 들어 산업화와 국토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복덕방 간판도 바뀌기 시작했다. '00개발' '00개발공사' 등이다. 중개 대상도 집이나 논밭 등을 넘어 상가 공장 빌딩 임야 레저단지 등으로 확대됐다. 투기 조장, 가격 조작, 과당 경쟁 등의 폐해가 잇따랐다. 복덕방과 복부인이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부채질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1984년 부동산중개업법이 제정됐다. 1985년 제1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시행돼 1만여 명이 자격증을 땄다. 이후 '노후 대비용'으로 인기를 끌어 현재 46만6600여 명에 이른다. 이 중 개업공인중개사로 등록해 활동 중인 인원은 작년말 현재 11만1000여 명, 나머지는 장롱 자격증이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아파트값 상승곡선이 가팔라지면서 개업에 나서는 공인중개사도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한달 평균 1000명 이상이 새로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값이 껑충 뛰면서 한해 3∼5건만 성사 되더라도 5000만원 수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인중개사 시험도 새삼 인기를 타고 있다. 지난 13일 접수 마감한 제32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40만8492명이 몰렸다. 제도 도입 이래 최대 규모다. “공인중개사 인기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질렀다. 자격증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중개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여론에 정부가 나섰다. 일부 거래가격 구간의 수수료를 반값 정도로 내린 '부동산 중개보수 개선안'이다. 그러자 공인중개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얼마 전 신문들 1면에 '집값 폭등! 세금 폭탄!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의견광고가 떴다. '11만5000 개업공인중개사 및 300만 중개가족 일동'이 광고주다. 이 자극적인 문구는 전국의 중개사사무소들에도 내걸렸다고 한다. 국토부로서는 참으로 난감하겠다. 전국의 현장 부동산 빠꼼이들이 '정책 실패'라 우겨대고 있으니 말이다.

 

/정기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