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옹지구행 4년째 제자리…피해지역 민심 '폭발 직전'


2017년 '예비이전후보지' 지정
화성시 반대…공론화 절차 지연
병점 주민·시의원, 잇단 '경고장'

날로 커지고 있는 수원시와 화성시 군공항 소음피해에 대해 정부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해당 주민의 '집단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치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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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수원과 화성시 등에 따르면 수원·화성시는 수십년 동안 군공항 인접 지역인데도 택지공급 등 정부의 엇갈린 개발정책 탓에 소음 피해 지역과 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정부는 2019년 일명 '군 소음법'을 제정해 피해를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시작하는 보상은 수십만명 피해 규모의 절반도 못 미칠 전망이다.

기준인 웨클(WECPNL·항공소음단위)이 높기 때문인데, 만약 민간공항이었다면 보상받을 수 있는 75웨클 권역 주민이 대거 탈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같은 피해에도 잣대가 다른 이유는 돈 문제다. 민간공항 보상의 경우 항공사가 착륙료 75%(연 500~600억원)를 부담한다. 군 보상은 100% 국가 예산, 즉 세금이다.

군공항 이전도 지지부진하다. 국방부는 2017년 2월 수원·화성에 약 5.2㎢ 면적으로 걸친 군공항을 화성 화옹지구 일대로 이전하기 위한 '예비이전후보지 지정' 절차를 완료했다.

대구·광주지역과 동시에 시작한 군공항 이전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에 포함된 대통령 공약사업이다.

정부는 소음피해와 이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문제를 해소할 방법으로 군공항 이전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또 지역발전의 방안으로도 꼽았다.

실제 수원시 조사에서 이곳 군공항 이전으로 신규 이전대상지가 받는 투자는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국방부 용역은 생산유발액 5조5751억원, 일자리 유발인원 3만9062명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는 화성시 반대 이유로 4년째 다음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중재'도 미온적이다. 찬·반으로 갈린 주민들의 갈등이 심각해지는데도 주민설명회 등 기초적인 공론화도 추진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경기남부권 주민단체, 지역 국회의원, 8개 상공회의소, 기아자동차 노조 등이 국제공항 통합건설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의 의견은 정부로 건의된 바 있으나, 검토 단계에 멈춰있다.

군공항 소음권역인 수원시와 화성시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잇따르면서 주민의 소음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화성시 병점역 인근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 상공으로 전투기가 비행 훈련을 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군공항 소음권역인 수원시와 화성시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잇따르면서 주민의 소음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화성시 병점역 인근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 상공으로 전투기가 비행 훈련을 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피해 주민들의 희망인 대책이 겉도는 상황에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병점 A아파트 주민 중 일부는 비공식적으로 군공항 이전 추진과 관련한 현안 논의를 하면서, 수원시를 통해 진행 과정을 파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한 주민은 “군공항 이전이 결정된 다음 이사를 온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전 추진에 실패하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단순히 피해자를 늘리려고 개발을 푼 것이 아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봉담·기배·화산 등 '봉담권' 주민 2만4000여명으로 구성된 온라인 카페는 군공항 이전 및 국제공항 건설로 따르는 국가적인 실익 차원에서 정부의 체계적인 접근을 요구하기 위한 여론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군공항 이전 반대 활동에 예산과 행정력을 쏟았던 화성시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화성시의회 내부에서 '주민들의 피해를 간과해서 안 된다'는 취지의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최근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회의록을 보면 임채덕 의원은 “아파트가 들어오는데, 그 위로 전투기가 날아다녀 집단민원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고통은 어떻게 보듬고 가야 되나. 대응은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다. 참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황광용 의원은 “수원 옆에 있는 병점이나 화산동, 황계동 지역은 1951년도 전쟁 나서 그때부터 비행장이 있었으니까 70년 넘게 고통받고 있는 건데 그거에 대해서 계속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정가 관계자는 “군공항 소음피해는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과 같다. 피해가 계속 누적되는데 언제까지 방치할 수 있겠나. 양 지역 정치인들이 이걸 어떻게 할지 상당히 부담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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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만든 소음 지옥] (하) 말 많은 '몸부림'…말 없는 '기다림' 군공항을 둘러싼 수원시와 화성시의 '답 없는 평행선'이 장기화하고 있다.8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4년 국방부에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한 이후, 5년 뒤인 2019년부터는 '국제공항 건설'에 초점을 맞춰 행정력을 움직이고 있다.국방부는 팽창한 도심 속에 자리 잡은 군공항을 소음완충시설 등 최신 안전시설을 확보한 뒤 이전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꼽는다.수원시는 여기에 국제공항을 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남부권 공항 이용편의 증대와 군공항 [국가가 만든 '소음 지옥'] (중) 허술한 시스템 피해자 양산 느슨하게 풀린 국내 군공항 소음피해 예방 장치가 수원·화성지역 수많은 주민을 피해자로 내몰고 있다. 현행 제도는 피해를 해소하기 부족할뿐더러, 규제도 고무줄처럼 적용된다.7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군공항 인근 지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서 명시한 전술항공 작전기지 비행안전구역으로 지정돼 건축 금지, 높이 제한 등 규제가 있다.군 항공기 안전비행이 목적인 비행안전구역은 활주로 방향과 군공항 측면을 중심으로 직사각형·사다리꼴·원형 등 모양으로 범위를 설정한다. 1~6구역으로 구분된다.아파트 개발이 많은 병점지역 [국가가 만든 '소음 지옥'] (상) 전투기 굉음 아래로 올라가는 아파트 “시끄러워 난리인데, 뭔 아파트를 저렇게 짓는 건지 원…”지난 4일 오전, 화성시 병점역 인근에서 만난 주민 A(56)씨가 멀찌감치 떨어진 장소를 손가락질하며 혀를 찼다. 성냥갑처럼 대량으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였다.머지않아 그 상공 위로 전투기가 등장했다. 꽝꽝 울리는 인근 공사현장의 소리도 묻힐 만한 정도의 천둥 같은 소음을 동반한 전투기는 일정 간격으로 비행을 거듭했다.소음과 함께 사는 주민 삶의 공간으로 변형된 것이다. 개발을 가능하게 한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고 있다.#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