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소음 규제, 민간엔 '촘촘' 군엔 '헐렁'

국토부, 85웨클 이상 주거시설
신축 막고 증·개축 조건부 허용
군 관련 지역 '사각지대'로 남아
국방부, 법 제정하나 한계 여전
민원 해결, 시행자 몫 '유명무실'
군공항 소음권역인 수원시와 화성시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잇따르면서 주민의 소음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화성시 병점역 인근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 상공으로 전투기가 비행 훈련을 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군공항 소음권역인 수원시와 화성시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잇따르면서 주민의 소음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화성시 병점역 인근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 상공으로 전투기가 비행 훈련을 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느슨하게 풀린 국내 군공항 소음피해 예방 장치가 수원·화성지역 수많은 주민을 피해자로 내몰고 있다. 현행 제도는 피해를 해소하기 부족할뿐더러, 규제도 고무줄처럼 적용된다.

7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군공항 인근 지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서 명시한 전술항공 작전기지 비행안전구역으로 지정돼 건축 금지, 높이 제한 등 규제가 있다.

군 항공기 안전비행이 목적인 비행안전구역은 활주로 방향과 군공항 측면을 중심으로 직사각형·사다리꼴·원형 등 모양으로 범위를 설정한다. 1~6구역으로 구분된다.

아파트 개발이 많은 병점지역은 6구역과 2구역이 겹친다. 최근 준공된 단지는 최고 높이(26층)가 79.87m에 이르러 일부 구역의 경우 법이 정한 상한선을 거의 다 채웠다.

애초 옛 국내 제도는 이 정도 고층 주거시설을 허용 안 했지만, 2010년 이후 정부의 완화 정책이 계속돼 현재처럼 크게 제약을 받지 않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엉성한 소음피해 대책이다.

국토교통부는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로 85웨클 이상이면 주거용 시설을 신축하지 못하도록 했다. 증축·개축도 방음시설을 시공해야 허가된다.

환경부는 '소음·진동관리법'을 통해 공항 항공기 소음 한도를 공항 인근 지역은 90웨클, 그 밖의 지역은 75웨클로 정하고 초과 시 소음 해소방안 수립 등 조치를 한다.

이 같은 제도는 민간 항공기만 대상으로 한다는 맹점이 있다. 과거부터 군 항공기 지역 개발은 방음시설 확보 관련 규정도 없이 규제만 풀리는 등 사각지대에 있었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국방부가 군 항공기를 대상으로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으나, 웨클이 아무리 높아도 주거시설 신축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아파트 등 새로 주거시설을 지을 때 방음시설을 설치하게 하는 의무도 95웨클 이상부터로 정했다. 75웨클 이상으로 정한 둔 국토부 법령과 비교하면 20웨클이나 차이가 난다.

환경부가 최소한의 피해 예방 취지로 운영하는 지침 역시 다소 오류가 있다.

평택시가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은 2016년 이후 환경부가 인근 미 공군기지(K-55)의 항공기에서 70웨클을 넘긴 소음이 발생한다는 사유로 5년째 허가가 지연되고 있다.

반면 비슷한 시기 국토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에 따라 수원지역에 승인·실시한 택지개발지구는 70~75웨클이 측정된 것으로 조사됐는데 승인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됐다.

통상 군공항 지역 내 개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환경부가 사업승인기관과 사업시행자에게 소음 민원 해결을 위한 업무를 주문하는 등 다소 비현실적인 대안으로 협의를 마치고 있다.

군사시설은 전적으로 국방부 권한으로, 구조적으로 개발을 담당한 국토부 또는 지자체가 업무상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발을 끝내면 손을 떼는 사업시행자가 민원을 계속 책임질 리도 없다.

국찬 동신대학교 공과대학장은 “답은 간단하다. 건설을 안 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불가능해 서민들의 피해만 낳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음문제를 파고 들어가면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개발, 주택건설과 연결이 된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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