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를 넘어서 고령사회에 들어선 이후 빠르게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2025년이면 인구 중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늘어난 노인 인구수 만큼 사회에서 노인들의 목소리 또한 커졌다.

지난 10월 선거를 통해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호일씨가 제18대 대한노인회 중앙회장으로 선출되었다. 김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노인행복부' 신설, '대한노인회법' 제정을 통한 대힌노인회의 법정단체화, 노인건강증진센터 건립, 지회장 활동비 국고 지원, 노인 취업·자원봉사·여가활동 증대 등을 제안했다.

대한노인회는 노인들의 친목을 위하여 자생적으로 생겨난 노인정 연합회인 전국노인단체연합회로부터 1969년 시작되었다. 그 후 대한노인회로 명칭을 바꾸고, 1970년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으며, 중앙회와 광역시·도연합회, 시·군·구 지부, 읍·면·동 분회를 가진 전국적인 거대조직으로 성장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거대조직으로 성장한 대한노인회는 우리나라 800만명이 넘는 노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을까?

노년기는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개인차가 큰, 즉 집단 내 다양성이 큰 시기이다. 타고난 유전적인 차이에 살아온 시간만큼 각자가 처해온 환경의 차이, 학습의 차이, 경험의 차이, 습관의 차이 등이 쌓이면서 유전적으로 타고났던 개인차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커다란 개인차가 만들어진다. 그런 너무도 다른 특성을 지닌 800만명 노인들의 의견을 하나의 거대 단체가 대변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자생적 조직인 노인정에서 출발한 대한노인회의 뿌리와는 다르게 2011년에 제정된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한노인회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대한노인회의 조직과 활동에 관하여 필요한 편의를 제공(제3조)받고, 국유_공유 재산을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사용_수익(제4조)하며, 조직과 활동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제5조)받는다.” 이렇게 정부로부터 각종 특혜와 지원을 받는 단체가 정부의 정책방향에 반대하여 노인 권익신장과 복지향상을 위한 주장을 하거나 정부의 노인복지 정책을 제대로 감시하는 시민단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노인들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단체가 과연 사회로부터 다른 세대로부터 환영받고 지지받으며 화합하고 연대할 수 있을까?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노인 단체 중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막강한 힘을 가진 단체는 3800만명의 회원을 가진 미국은퇴자협회 AARP(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이다. AARP가 우리 대한노인회와 다른 점은 첫째,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회비(연 16달러)로 단체가 운영된다는 점이다. 재정적으로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에 대해 당당히 주장하고 노인들의 복지를 위하여 얼마든지 쓴소리를 할 수 있다. 둘째, 65세 이상인 대한노인회의 회원자격과 달리 AARP는 50세 이상이면 누구든 회원이 될 수 있다. 노인이 되기 이전, 은퇴 이전부터 노후를 준비하고 노인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며, 실질적인 세대연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 밖에도 노년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이며 전문적인 다양한 사업들과 정보 및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AARP의 미션(mission)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생활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나이가 들어가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각자가 최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싸우고 준비해나가는” 데 중점을 둔다.

구체적인 단체의 미션은 찾아볼 수 없이 “노인이 행복한 세상”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표어와 단체를 홍보하는 각종 보도자료와 사진들만 가득한 대한노인회의 홈페이지와는 달리, AARP의 홈페이지에는 노인들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각종 정보들이 가득하다. 특히 현재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노인들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다양한 정보들이 제공되고 있는 점 역시 우리와는 다르다.

노인 인구 1000만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전체 사회의 안전과는 무관하게 노인들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이기적인 노인단체나 정부의 지원에 기대어 지내는 관변단체가 아닌, 정부의 잘못된 노인복지 정책을 꼬집으며 진정한 노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인NGO단체, 우리 사회 노인들의 다양한 의견과 다양한 삶의 방식을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노인단체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한정란 한서대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