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3 남아있는 근대문화유산도 위험] 수십 년 세월 버텨와도 도시재생 바람 앞 등불
[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3 남아있는 근대문화유산도 위험] 수십 년 세월 버텨와도 도시재생 바람 앞 등불
  • 이순민
  • 승인 2020.10.26 19:47
  • 수정 2020.10.26 19:44
  • 2020.10.27 인천판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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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확인된 164동 중 21동
도시정비사업 구역 내 포함
중구 경동구역 8동으로 최다
산곡동 영단주택 철거 코앞
한 채라도 이축 추진 주장도

근대건축물에 드리워진 철거의 그림자는 '도시재생'으로 더욱 짙어진다. 대규모로 벌어지는 재개발은 개별 건물의 역사성을 뒤로 한 채 동시다발적 철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다.

인천일보가 두 달여간 '인천근대문화유산' 210개 목록의 전수조사를 거쳐 현존을 확인한 164개 가운데 21개(12.8%)가 도시정비사업 구역에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다. 근대문화유산 주소지를 국토교통부 '일사편리 부동산정보조회 시스템'에 일일이 입력해 토지이용계획을 분석한 결과다.

재개발 구역별로 보면 중구 '경동구역'에 속한 근대문화유산이 8개로 가장 많았다. '경동율목구역' 2개까지 더하면 경동 일대 근대문화유산 10개 모두 재개발 사업 구역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개발로 궁지에 몰린 근대문화유산은 동구에도 3개 구역에 4개가 포함됐다. 송림동 도시형 한옥 2동은 '서림구역'에 들어가 있다. 송림동 서림구역에서 만난 강여섭(86)씨는 “옛날 집들이 많긴 해도 자식들 독립시키고 노부부들이 수리하며 살아온 동네인데 십수 년 전부터 재개발한다고 어수선했다”고 말했다.

동구 송림동과 화수동에도 '금송구역'과 '화수화평구역'에 근대문화유산이 1개씩 올라 있다. 특히 금송구역에는 근대문화유산 목록에 담겨 있지 않지만 '송림동 부영주택'으로 알려진 건축물 일부가 존재한다. 부영주택은 1930년대 말부터 인천부(지금의 인천시)가 건설·공급한 집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이 2014년 펴낸 '관영주택과 사택' 보고서는 “송림동 부영주택은 조사된 부영주택 중 유일한 한옥형으로 26동이 남아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근대건축물이 철거된 이후 도시정비 구역 모습은 미추홀구 용현동에서 볼 수 있다. 용마루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진행 중인 용현동 물텀벙 거리 안쪽 골목에는 1940년대 초반 건설된 부영주택 20동이 있었다. 80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땅에서 공공주택사업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 주택은 근대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된 옛 동사무소 창고 건물과 함께 허물어져 수년째 공터로 방치되고 있다.

시한부 신세인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철거가 눈앞으로 다가온 곳은 부평구 '산곡동 영단주택'이 꼽힌다. 산곡 재개발 구역에 포함된 이들 주택은 일제강점기 군수공장이었던 조병창 노동자들의 거주 단지였다. 조병창은 최근 개방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에 위치했다. 마경남(민·비례) 부평구의원은 “산곡동 영단주택 철거와 재개발이 당장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며 "역사·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하려면 단 한 채라도 이축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순민·김신영·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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