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담합·늦장 출동에도…복지부는 복지부동

작년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
'금액 인상' 등 업체 횡포 고발
복지부, 단 한 건도 조사 안해

가수 행사장 이동 사건 공분
정부 관리 실패가 낳은 폐단
▲ 한 도로에서 사설 구급차가 운행되고 있는 모습이 승용차 사이드미러를 통해 보이고 있다. ./인천일보DB

사설 구급차 이용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원인에는 안일한 정부 대응이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년간 정치권과 의료계의 요구에도 자체 실태조사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연예인 구급차 사적 이용' 문제 역시 정부가 방안을 알고도 실행하지 않아 충분히 예견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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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는데, 가만있는 정부?

24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4월 13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 대한민국 의료계 전문가들이 모여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체는 2020년 구성됐다.

이날 회의에는 보건복지부 고위직들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등 내로라하는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당시 자리에서 주요 해결 안건 가운데 사설 구급차가 거론됐다. 인천일보의 앞선 보도처럼 일부 구급차 업체가 비용 인상을 조건으로 환자 이송을 하지 않는 등의 행태가 있다는 고발이 나온 것이다.

협회는 '담합을 통해 위탁계약 금액 인상 및 늦장 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복지부에 전했고, 복지부는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인천일보가 확보한 당시 협의체 관련 문건에 따르면 복지부는 회의 이후 '사례 미확인'을 이유로 단 1건도 조치 하지 않았다. 자체 조사 착수도 없었다. 사례를 못 찾은 근거는 단순했다. 병원협회에 유선으로 물어보니, 그렇게 답을 받았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다만 사업자의 담합 등 부정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의한 조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파악했으나, 이마저도 기본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 개입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사는 지자체에서 담당하도록 법에 돼 있다”며 “추후 병원협회에 통화 해봤는데, 담합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2년 전인 2021년에도 복지부는 사설 구급차 가격흥정 등 문제가 국회에서 제기되자, 실태조사 추진 계획을 냈다가 막상 시기가 지나자 이행하지 않고 접었다.

현재 의사협회가 복지부에 제출한 △사설 구급차 1대 당 1개 병원이 아니라 최소 5개 병원과 계약 △병원의 구급차를 3~5개 병원이 함께 공용 △수가 인상을 통한 업체의 업무 기피 예방 △주차장 규격 등 규제 완화 등 개선책 역시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연예인 구급차'는 예견된 사건

2018년 3월 가수 김태우씨가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사설 구급차를 타고 서울시 성동구 행사장까지 이동했다. 그 대가는 30만원.

환자를 위한 구급차가 돈벌이로 전락한 소식에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정부의 사설 구급차 관리 실패가 낳은 대표적인 폐단 중 하나다.

2017년 9월 국회입법조사처는 2016년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결과를 평가하면서, 구급차 불법 사례에 대한 복지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당시 연예인이 교통정체를 피하려 구급차를 타는 사례가 성행했는데, 이를 비롯해 응급구조사 미탑승 등의 각종 법률 위반행위가 5년간 101건에 달했다.

주요 대책은 복지부가 매년 1회가 아닌 2회 이상 사설 구급차 업체 실태를 정기 조사하고, 지자체와 함께 처분 이행을 점검하라는 내용이다. 사설 구급차 지도·감독은 시·도에 모든 권한이 넘겨진 구조인데 인력 등 한계로 제재와 단속이 어렵다는 게 국회 입법처 판단이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두 가지 모두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다.

구급차 업계 관계자는 “최소 수익도 나오지 않는 현실에서 불법은 물론, 일탈 행위가 꾸준할 수밖에 없다”며 “연예인 구급차 이슈는 수많은 고질병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진작에 생태계 조사와 정리가 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특별취재팀(김현우·이경훈·최인규·정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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