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업체가 주도하는 사설 구급차의 경쟁 구도가 적법성 여부를 떠나 환자 이송 수가를 상승시킨 결과를 낳고 있다. 가격 조정을 목적으로 업체 간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숱한 다툼 논란…비용은↑
현재 업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의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든, 법적 수가가 정해진 구급차 서비스 비용이 '부르는 값'처럼 변질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을 예로 들면 A업체의 공격성 민원 등을 이유로 기존 계약관계에 있던 B업체가 지난 7월 폐업했다. 이후 이천병원 측은 견적조사를 거쳐 8월 최종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그러나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사전 수요조사 결과와는 달리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단독으로 수주한 A업체가 요구한 위탁비용은 5개월 동안 1500만원으로, 한 달 300만원 수준이다. B업체가 받았던 비용(매달 약 165만원)과 비교하면 81.8% 상승한 규모다.
이천병원은 애초 입찰 경쟁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 산정을 원했다. 그 원인은 취재 과정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A업체와 B업체 사이 있었던 갈등이 업계에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자유로웠던 시장 분위기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다툼을 우려해 입찰을 포기했다는 C업체 관계자는 “업체 폐업, 의료원 입찰 추진 얘기는 이 바닥에서 소문이 났다”며 “하지만 괜히 A업체와 부딪히면 골치 아프니까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D업체 관계자도 “직접 타 업체의 협박을 받은 피해 경험은 없지만, 일 하면서 (이천병원) 그런 사실을 쭉 알고 있어 얽히고 싶지 않았다. 이송업계가 정말로 더러운 곳”이라고 귀띔했다.
또 공포심에 저렴한 업체를 알고 이용하지 못하는 병원 사례를 확인했다.
성남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B업체와 대한구조봉사회 모두 가격을 과하게 책정하지 않아 꽤 많은 곳에서 이용했다”며 “A업체가 민원을 넣으며 싸우고, B업체가 폐업까지 하면서 병원은 걱정이 컸다"고 했다. 이어 "병원은 환자 이송이 가장 중요하기에, 마찬가지로 문을 닫을까봐 봉사회 이용을 중단한 병원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일보 기획취재 과정에서 다수 업체가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제보는 “성남시만 아니라 용인시에서도 마음이 맞는 구급차 업체가 이송 요금 외에 건당 비용을 추가하라고 했다”며 “방해되는 업체는 A업체와 비슷하게 민원을 넣는다”는 내용이다.
2021년 성남지역에 병상당 비용 추가로 인한 구급차 대란이 있었을 당시, 한 병원에서는 “환자가 발생해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정말 이송을 거부했다”며 “다른 업체 알아보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성남·용인·수원 업체들도 눈치를 보며 배차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제보성 민원을 경기도에 접수했다.
▲현행 제도가 '갈등' 부추겨
대한구조봉사회의 요금은 정부가 저렴한 '비영리법인 요금'을 따로 적용하고 있다. 타 업체 기본료 대비 일반 구급차 1만원, 특수 구급차 2만원씩 덜 받는다. 10㎞ 이송을 초과할 시 1㎞당 부과하는 요금도 똑같이 일반 구급차 200원, 특수 구급차 300원씩 상대적으로 싸다.
결과적으로 대한구조봉사회는 업계에 있어 '눈엣가시'로 여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것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로 금지하지만, 거꾸로 가격을 낮추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 조항이 없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비용을 내민 업체가 등장하면 다른 업체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영업구역 구분도 불명확하다. 사설 구급차는 관행적으로 회사 사무실이나 차고지 중심으로 결정될 뿐, 택시처럼 지방자치단체가 구역에 관여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품질을 갖고 서로 경쟁하고 합당한 요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제도는 업체끼리 싸우라고 하는 꼴”이라며 “특히 이렇게 승자독식 체제로 가게 되면 편법과 부정경쟁이 난립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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