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여성해경의 네 번째 시집
순직 동료·아버지 대한 그리움 표현
▲ 박경순 지음, 리토피아, 140쪽, 1만원.
▲ 박경순 지음, 리토피아, 140쪽, 1만원.

 

▲ 박경순 시인의 '해양경찰 충혼가(忠魂歌)'는 순직 해양 경찰관을 추모하기 위해  전남 여수시 해양경찰교육원 충혼탑에 시 전문을 새겨넣었다.
▲ 박경순 시인의 '해양경찰 충혼가(忠魂歌)'는 순직 해양 경찰관을
추모하기 위해 전남 여수시 해양경찰교육원 충혼탑에 시 전문을 새겨넣었다.

"후포를 떠나던 날/ 아침 바다를/ 잊을 수가 없다./ 재두루미와/ 갯메꽃과/ 아침 노을/ 그 바다에 가면/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그 바다에 다시 가고 싶다."(시인의 말 5쪽)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기획운영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 시인' 박경순 총경이 네 번째 시집 <그 바다에 가면>을 출간했다. 1986년 순경 공채시험에 합격,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해양경찰관에 임용된 박 시인은 2017년 첫 여성 총경으로 진급한 뒤 2018년 8월부터 1년동안 울진해양경찰서장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이번 시집 <그 바다에 가면>은 해양경찰관으로 태안, 평택, 동해, 울진 등 지방근무를 하면서 느낀 애환을 제1부 '후포, 밤바다에서 가을을 만나다', 제2부 '태안 연가(戀歌)', 제3부 '국수', 제4부 '그 바다에 가면' 등 총 4부, 66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축산 바다'에서 박 시인은 "아침 그물 놓으려/ 바다로 나간 남편은/ 끝내 살아오지 못하고/ 빈 배만 먼저 왔다"며 울진해경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실종된 어부를 찾는 안타까운 심정을 시로 나타냈다.
이와 함께 '초곡의 등불, 영원하리라'와 '아, 그리운 이에게', '여기 남은 우리들은'은 업무중 순직한 동료 경찰관에 대한 애절한 추모의 마음을 시로 승화시켰다.

특히 "조국(祖國)을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바친/ 우리의 고귀한 영혼(靈魂)이여"로 시작하는 '해양경찰 충혼가(忠魂歌)'는 순직 해양 경찰관을 추모하기 위해 전남 여수시 해양경찰교육원 충혼탑에 시 전문을 새겨넣었다.

박 시인이 애잔한 마음으로 그리워하며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이는 바로 '아버지'다.
"국수를 덜어주려면/ 그릇과 그릇을/ 붙여야 한다// 온기를/ 그대에 나눠주듯/ 어깨를 바짝 붙여야 한다"('국수' 부분)

국수 한그릇은 시인에게 '내 어린시절/ 한 끼 식사로/ 허기진 가슴/ 넉넉히 채워 주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유년으로 회귀한다.

결국 박 시인에게 '아버지'란 "24년 전 아들 태어난 지 보름만에 세상 뜨신 아버지"('전철역에서') 또는 "해마다/ 아버지 제사 때면/ 가슴 속까지 와서/ 피는/ 그리운/ 꽃"('아카시아 꽃')이거나 "떠나고 싶어도/ 차마 떠날 수 없는 바다가/ 아버지처럼 기다리고 있다"('태안 연가(戀歌)·4-신두리')거나 "어망을 아직 걷지 못한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 만장 펄럭일 꿈을 꾼다"('평택항에서')라는 애환의 내력이며 정서적 연대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배인덕 시인은 해설 '충일(充溢)의 시적 의미'를 통해 "박경순 시인의 작품에 '아버지'라는 어휘가 중심 시어로 등장하면서 바다와 더불어 산(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삶)을 중심 테마로 했다는 점에서 상통하는 바가 있다. '국수'에서 시작해서 '아카시아'를 거쳐 시인에게 늘 애환의 근원으로 남은 '아버지'가 일종의 확산(擴散) 또는 보편성을 획득하면서 '바다'와 연접한, 아니 거길 지향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라고 평했다.

박경순 시인은 인천에서 출생하여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詩와 意識>으로 등단하여 <한국수필> 신인상, 인천예총 예술상, 제24회 인천문학상, 2017 여성1호상, 제27회 전국성인시낭송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새는 앉아 또 하나의 詩를 쓰고>, <이제 창문 내는 일만 남았다>, <바다에 남겨 놓은 것들>이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