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정부는 반부패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사이비 벤처기업에 대한 특감, 고위공직자의 주식거래 내역심사 등을 골자로 한 반부패 종합대책을 확립했다. 국무조정실장 국감위장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한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 고위책임자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사실상 범정부 차원의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자리였다. 김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만은 부정부패 척결이 구호로 그치지 않아야 한다며 불퇴전의 의지를 다졌다.
 한때 무슨 무슨 로비다 해서 온 나라가 시끄럽더니 근자에 들어 매일같이 터져나오는 진승현 게이트 등 비리로 인해 국민들은 허탈에 빠져 있다. 권력형 비리가 만연해 있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가 심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어제보다 나아지지 않았고 어쩌면 내일도 오늘처럼 온갖 비리가 판을 칠지 모른다는 허망함 때문일 것이다.
 바라고 싶은 것은 올해야말로 또 다시 후회를 남기지 않고 나아가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방선거와 대선 그리고 월드컵과 아시안게임과 같은 큰 일을 성공리에 치러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제 과거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우리 주변에서 부정과 비리를 몰아내고 한반도에 새로운 기적을 일으키는데 열정을 다시 한번 불태워야 한다.
 현 정부가 출범 당시 국가목표로 내세웠던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서의 변화와 개혁에 새로운 불을 붙여 정치상황에 구애받지 말고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만이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동안 역대 정권 때마다 개혁과 사정의 칼을 휘두르며 부정부패 척결을 다짐해 왔지만 상황이 호전되기는커녕 그 반대로 치닫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자신을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대체로 대민(對民)업무는 좋아졌다지만 정치인 고위공직자로 올라가면 거의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뇌물의 단위가 커진다. 그들은 국민통합 같은 대승적 가치는 안중에는 없고 그저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윗물이 맑지 않고는 아랫물이 결코 깨끗해지지 않는다는 극히 평범한 상식이다. 그들이 회개하지 않는 한 부정부패가 청산될 리 없다. 개혁의 강도를 높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