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4일 내외신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경제활력 회복,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대선과 지방선거, 부정부패 척결 등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부패척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특별수사검찰청을 조기설치해 남은 임기동안 부정부패 척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부패와의 고강도 전쟁을 통해 각종 게이트 파문으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은 인사정책에 있어서 현재에서 만족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지연과 학연 친소를 배제한 공정한 인사를 한층 강화해 향후 예상되는 개각과 고위공직자 인선과정에서 탕평인사를 시사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또한 김 대통령은 대선 및 지방선거 관리문제와 관련 선거사상 유례가 없는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책임지고 실천하겠다는 공명선거 의지를 재확인한 뒤 선거전 야당총재와도 언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야당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표명에도 불구하고 향후정국 특히 여야관계가 당장 우호적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야당에서 요구했던 중립내각 구성과 대대적인 국정쇄신 등이 상당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은데다 회견내용 대부분이 단순한 약속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행동과 실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야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예측가능한 정치일정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등 대통령의 인식과 진단 및 처방이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대통령의 시국인식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며 못마땅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앞으로의 정국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김 대통령이 권력형 비리의혹에 유감을 표명하고 부패척결 의지를 강도높게 천명한 데 대해선 야당도 높게 평가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공방은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경제살리기와 월드컵 등 국정에 전념하고 양대선거의 공정한 관리와 인사정책 개선 등을 다짐한 부분도 여야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통령을 위시한 여야지도자들이 얼마나 마음을 비우느냐에 따라서 정국의 앞날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