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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지질 투어' … 바위 '나이테' 십억년 고스란히
서해5도 '지질 투어' … 바위 '나이테' 십억년 고스란히
  • 정회진
  • 승인 2017.07.14 00:05
  • 수정 2017.07.13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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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허락한 사람만 닿을 수 있는 섬. 바로 인천 백령도와 대·소청도다.

안개가 짙게 끼거나 파도가 심하면 섬과 육지를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이 끊긴다.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이른 오전부터 배를 기다리던 관광객은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그럼에도 여행자는 인천에서 178㎞나 떨어진 서해 5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싣는다. 이들은 서해 5도에 그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고 한다. 특별한 보물은 무엇일까.

백령도와 소청도를 둘러보는 것은 마치 지질 박물관을 견학하는 것과 같다. 십억 년 전에 형성된 지층과 연흔(漣痕)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시간이 빚어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서해 5도는 생태학적이면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생태·지리 자원의 보고라고 불린다. 기존에 알고 있던 서해 5도는 버려라. 과거로 '시간 여행'이 가능한 지질 투어(Geo Tour)가 뜨고 있다.

▲ 백령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백령도

백령도에는 유난히 오래되면서도 아름다운 보물들로 가득하다. 콩돌 해안부터 두무진, 남포리 습곡, 사곶 해빈, 감람암 포획 현무암은 10억 년 전·후 지질사 규명을 가능하게 할 국내 유일한 지질 자료다. 중요한 장소이면서 자연 경관도 뛰어나 모두 천연기념물, 명승으로 지정됐다.

콩돌 해안을 가득 뒤덮은 크고 작은 단단한 돌부터 그러하다. 1만5000년 전, 단단했던 규암은 바람과 파도에 의해 부서지면서 작은 콩돌이 됐다. 코발트빛 바다에 둥근 콩 모양의 돌이 더해져 특이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두무진에서는 10억 년 전 퇴적된 사암층이 단단한 규암으로 변한 환경을 추정할 수 있다. 얕은 바다에서 퇴적된 사암층이 지하에서 열과 압력을 받으면서 규암으로 변했지만 물결무늬·사층리 등 기존 퇴적 구조를 간직하고 있다. 경관이 우수해 명승 8호로 지정됐다.

남포리 습곡 역시 빼놓을 수 없다. 10억 년 전 퇴적된 지층이 강한 지각 변동에 의해 휘어지고, 끊어진 후 풍화와 침식을 거쳐 특이한 지질 구조가 형성됐다. 한반도 지각 변동의 특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백령도에서도 현무암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진촌리에서 동쪽으로 1.3㎞ 떨어진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감람암 포획 현무암이다. 이름 그대로 실제 모습 역시 검은 현무암에 노란 감람암이 파고들어 있다. 지구 깊은 곳의 물질 구조와 성분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암석이다.

단단하고 치밀한 모래로 이뤄진 사곶 해빈. 이탈리아의 나폴리 해변과 함께 세계에서 단 두 곳밖에 없는 천연 비행장이다. 해빈을 자동차로 달려도 바퀴 자국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 한 때 천연비행장으로 사용됐다. 이 곳 또한 세계적으로 희귀한 특성을 가진 명소다.

▲ 농여해변

▲자연이 빚어낸 바위와 사막, 대청도

대청도에 지층이 가로가 아닌 세로로 서 있거나 뒤집힌 바위가 많다. 농여 해변의 나이테바위가 대표적이다. 지층이 세로로 선 모습에서 지각 변화의 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지구의 나이가 쌓이는 긴 세월 동안 바위에는 다양한 색이 층층이 교차해 새겨지면서 특별한 경관을 제공한다.

농여 해변에서는 썰물 때만 되면 모래섬인 '풀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의 신기루처럼 물이 빠진 자리에 어느 샌가 나타난 모래 퇴적지 풀등. 주변 바다와 함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미아해변 바닷가에는 바닷물이 드나들면서 모래가 만든 다양한 물결무늬의 흔적이 남아있다. 특이한 점은 6~10억년 된 바로 옆 바위에도 이와 비슷한 물결무늬가 있다. 자연과 암석을 통해 물결무늬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장소다. 또 이 바위에는 국내에서 희귀한 특이지질구조(시너레시스, Syneresis)가 발견돼 학술·교육적 가치도 높은 곳이다.

대청도에는 사막도 있다. 옥죽동 해안사구가 주인공으로 한국의 '사하라 사막'이라는 별칭도 있다. 이 해안사구는 바닷가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쌓여 모래 언덕이 형성됐다.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모래 언덕의 형성 과정과 함께 식생 분포도를 관찰할 수 있다.

지두리 해변은 다양한 암층 변형을 연구하는 데 적합한 장소다. 바위 위쪽에 암석층이 휘어지고 구부러진 곳이 발견된다. 반면 바위 아래에는 위쪽에 나타난 특징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바위의 성분차이를 볼 수 있는데다 지층의 역전 현상도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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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찬 섬, 소청도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와 분바위는 지질학적 보전 가치가 높고, 자연 경관이 우수하다.

소청도에서 국내 최초 생명체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발견됐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10억 년 전 국내에서 발견된 생명체 남조류 화석 중 가장 오래됐다. 남조류는 지구에서 최초로 광합성을 시작한 원시 미생물이다. 소청도에는 지구 생성 초기에 바다에서 번성한 남조류가 대규모로 나타나 있다.

20억 년 전 생성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북한에서 발견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청도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처음이다.

분바위도 시선을 압도한다. 이 바위는 백색의 석회암이 높은 압력을 받아 대리석으로 변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암석이다. 하얀 분으로 곱게 단장한 여인의 자태를 닮아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분바위 아래에는 해양수산부 지정 보호 대상인 잘피 군락지, 홍합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이 있다.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 되나

인천시는 희귀한 자연적 특성을 가진 백령·대청지역의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인증 획득 후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도 목표하고 있다.

5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인천 옹진군 백령면과 대청면(대청·소청도) 66.86㎢에 대한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내년 5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백령도 5곳, 대청도 5곳, 소청도 1곳 등 총 11곳이 지질명소로 선정했다. <표>

시는 백령·대청지역이 보유한 고유한 지질 유산과 경관은 국가적으로, 국제적으로도 보전 가치가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시는 우수한 지질 명소와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명소를 활용한 지질 투어(Geo Tour)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주민에게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 자연 보존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은 곳은 제주도와 부산, 울릉도·독도 등 총 8곳이다.

인증 효과는 두드러진다. 제주 수월봉의 경우 2012년 인증 후 관광객이 7만 명에서 31만 명(2015년)으로 증가했다. 또 경북 청송 주왕산을 찾는 관광객은 주로 가을에만 집중됐지만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서 1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는 신청을 위해 막바지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구성된 지질공원 추진 태스크포스(TF)팀이 인증 전담 업무를 맡고 있다.

먼저 각 명소에 탐방 데크와 계단을 설치하는 등 지질 탐방로(Geo Trail) 개설을 올해 말 완료할 계획이다. 여기에 지질유산 전문 학술 조사 및 지질공원 전문 해설사도 양성하는 등 내년 5월 인증 완료를 목표로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시 관계자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더라도 문화재보호법처럼 재산권 제약 등 어떠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조성해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자연도 보존하려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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