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상대 범행…다문화주의 조명 '그랜 토리노' 시청 명령

아시아계 학생을 폭행하고 물건을 빼앗는 등 범죄를 일삼는 13세 소년에게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영화 '그랜 토리노'(Gran Torino)를 보고 깨우치라는 호주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 영화는 이스트우드가 제작과 감독, 주연을 맡아 2008년에 나온 것으로, 한국전 참전용사로 인종차별적 성향의 고집불통 노인이 이웃에 이사 온 라오스 출신의 젊은 남매와 유대를 형성하며 다문화주의와 정의를 새롭게 인식하는 내용이다.

호주 퍼스의 아동법원은 20일 아시아계 소년이 피해자가 된 것과 관련, 아시아계 출신자들이 범죄의 희생자가 되는 비율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가해 소년에게 영화시청을 포함한 6개월간의 지역사회 프로그램 참여를 명령했다.

스티븐 보스 판사는 아시아계가 인구에 비해 자주 범죄에 노출되는 것은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를 반영한 것이거나 범죄자들이 여행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기 때문이라며 이번 판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보스 판사는 이스트우드의 이 작품이 "대단한 영화"라면서 "영화를 즐기는 데서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보스 판사는 또 인종차별이 전 세계의 "골칫거리"라고 강조하고 모든 사람이 이영화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해 소년과 친구들은 지난 2월 한 기차역 부근에서 동갑내기 학생의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리고 노트북 컴퓨터와 현금 2달러 등이 든 가방을 빼앗은 혐의다. 소년은이미 이전에도 여러 차례 못된 짓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소년의 범죄 행각을 우려한다면서도 나이를 고려한다면 매우 적절한 처벌이라는 의견을 밝혔다고 지역지 '더 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안'이 21일 전했다.

서호주주(州) 변호사회의 엘리자베스 니드햄 회장도 판사의 신선한 권고가 소년의 태도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니드햄 회장은 "청소년들에게는 약간 다른 형량 체계가 존재하고, 이는 이들이 아주 어리고 아직도 생각이 잘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