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정학적 선택…말코라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에 마음 둬


차기 유엔 사무총장을 뽑는 절차가 종반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불가리아 출신의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미국은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사무총장은 그동안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의 합의로 정해 왔고, 영국과 프랑스는 자국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으면 미국 편을 들어왔다는 점에서, 결국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이견 조정이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은 자국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불가리아 출신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지금까지 8명의 유엔 사무총장 모두 남자였고, 지역 안배를 고려하는 관례로 볼 때 동유럽이 이번 차례로 꼽힐 수 있어 보코바가 유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기구 전문가인 양쩌웨이 우한대 교수는 "중국 당국은 보코바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동유럽 출신의 여성인 보코바는 유네스코 수장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해왔으며 중립성과 신뢰성을 보여줬고, 유엔 사무총장이 되면 특정 국가 이익에 기울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보코바가 1976년 모스크바에 있는 국립국제관계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대학 등 미국에서도 공부했으며, 그래서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15개국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 1명을 지명해 유엔총회에 상정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최종 투표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비상임이사국 10국이 포함된 안보리 표결에서 최다 득표를 했더라도 상임이사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거부하면 유엔 사무총장에 오를 수 없다.

현직인 반기문 사무총장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이 여성 사무총장을 배출할 "적기"라고 언급하면서도 지지 후보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유엔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해 안보리에서 비공개 3차 투표를 한 결과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구테헤스 전 국무총리가 1위, 미로슬라브 랴차크 슬로바키아 외교장관이 2위,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부크 예레미치 전 세르비아 외교장관이 공동 3위,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이 5위를 차지했다.

스르잔 케림 전 마케도니아 외교장관,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 다닐로 튀르크 전 슬로베니아 대통령, 나탈리아 게르만 전 몰도바 외교장관, 코스타리카 출신의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전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6∼10위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후보 10명 가운데 남녀가 5명씩이다.

유엔 안보리는 7·8·9월에 3차례 투표를 했으며, 앞으로도 의견 일치가 될 때까지 투표를 거듭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 1명을 지명해 193개 회원국이 참가하는 유엔총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의견 일치가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보코바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다른 지역 출신 후보들도 훌륭하다고 알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동유럽 출신 후보를 지지하는 게 러시아의 우선순위라고밝혔었다.

이와는 달리 미국은 지정학적인 영향력 등을 고려해 여성인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을 차기 사무총장으로 밀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가유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는 공개된 적이 없으나, 러시아와 중국이 미는 보코바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감에 대해 '동상이몽'하는 가운데 조정 과정에서 자국이 미는 후보가 아닌 제3의 인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안보리의 지명을 받은 후보는 총회의 인준 절차를 거친 후 내년 1월부터 반기문사무총장의 후임 업무를 맡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