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범가너의 한마디에 다저스-샌프란시스코 선수단 충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다양한 라이벌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관계는 라이벌을 넘어 앙숙에 가깝다.

뉴욕을 연고로 쓰다 1950년대 함께 미국 서부로 옮겨 온 두 팀은 만날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사이다.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다 보니 만날 일이 그만큼 많고, 100년 넘게 쌓인 앙금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불시에 터진다.

2011년에는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 부근에서 샌프란시스코 팬이 다저스 팬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고, 2013년에는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 근처에서 다저스 팬이 칼에 찔려 숨졌다.

그래서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경기는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고, 양 팀 선수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벤치 클리어링도 잦다.

20일(한국시간)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맞대결에서는다저스의 '악동' 야시엘 푸이그와 샌프란시스코 왼손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가 신경전을 벌였다.

다저스가 0-1로 뒤진 7회말 2사 후 타석에 들어간 푸이그는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고, 이닝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범가너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며 포효했다.

큰 소리가 들리자 푸이그는 범가너를 바라봤고, 범가너는 "쳐다보지 마(Don't look at me)"라며 자극했다.

이에 푸이그가 범가너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고, 양 팀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쏟아져 나와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만약 샌프란시스코가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여기에서 끝날 이야기지만, 다저스는9회말 애드리안 곤살레스의 끝내기 안타로 2-1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다저스는 2년 연속 지구우승에 성큼 다가갔고, 샌프란시스코는 지구 1위 탈환은커녕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출전조차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신경전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푸이그는 21일 샌프란시스코전을 앞두고 동료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티셔츠에는 전날 푸이그가 범가너에게서 들었던 'Don't look at me'가 새겨졌고, 푸이그와 곤살레스, 호세 드리온은 마치 범가너에게 '너 보는 거 아니거든'이라고말하는 것처럼 눈을 가리고 자세를 잡았다.

미국 주요 언론은 이들의 사진을 일제히 소개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구단 측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렇게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에는 또 하나의 악연이 자리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