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인천 부평에서 발생,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정선호 사건"".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는 폭력행위를 넘어 사람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온갖 잔혹 행위로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끓는 물을 온몸에 쏟아붓고, 인두로 지지는 잔인한 행위를 당한 아내 김영희씨(가명)는 현재 겨우 흉터를 가리고 외출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약에 의지하지 않으면 여전히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한다.
 현재 가해자 정씨는 7년을 구형받고 옥중에 있는 처지나 `정신상태가 양호해 어떤 치료도 받을 필요 없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어떠한 정신과 치료도 받지 않고 있다.
 `정선호 사건""은 가정폭력이 단순히 부부간의 갈등을 나타내는 가정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었다.
 사건 직후 인천지역 가정폭력 상담소의 상담 문의는 크게 증가, 문제를 겉으로 꺼내놓고 해결하려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인천여성단체협의회 부설 가정폭력 상담소의 2000년도 상담건수는 2천3백76건으로 이중 가정폭력 관련 상담이 1천6백55건으로 전체의 70%를 차지, 특히 사건발생 직후인 5·6월 문의가 폭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이후 큰 특징은 더욱 교묘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이 많아졌다는 것. 상담부장 홍희자씨는 “흉터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머리나 음부 같은 신체부위에 기술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진단서를 발부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천여성의 전화 가정폭력 상담소에도 꾸준히 상담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실정으로 올 4월까지 가정폭력문의만 모두 275건이다.
 배임숙일 가정폭력 상담소장은 “현재 가정폭력의 특징은 과거처럼 가부장적 전통에 젖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IMF이후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정폭력과 관련해 시급히 보완되어야 하는 문제는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전문 치료프로그램.
 현재 피해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쉼터뿐이다. 이들 여성의 큰 특징인 극도의 무력감·수치심·불신감 등을 전문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기관이 없는 실정은 가해 남성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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