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웅카랏^암탑에 오르는 길은 급경사 콘크리트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구불구불 구부러진 계단이 수없이 이어진다. 아이들이 십 여명 다가와서 나의 팔을 잡으려고 한다. 도와주고 팁을 받기 위해서다. 쫓아버려도 자꾸 따라온다. 야생의 원숭이들은 계단에도 난간에도 앉아있다. 여러번 쉬면서 30분만에 겨우 정상에 올라갔다.

 정상에는 파고다도 있고 낫 신상(神像)도 모셔져 있었으며, 이곳에도 야생의 원숭이들이 떼지어 몰려있다. 이곳에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혼령이 낫 신으로 모셔져 있으며 모두 37의 낫 신이 봉안되어 있다. 이 37의 낫 신은 강이나 연못의 수호신, 마을의 수호신, 여행의 안전을 지켜주는 길의 수호신으로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두터운 신앙을 모으고 있다. 우리들도 이번 여행의 안전을 낫 신에게 빌었다.

 뽀빠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되고 있다고 하며 `꽃이 넘치는"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부근에는 크고 빨간 꽃이 넘쳐 피고 있다.

 한 시간 후에 뽀빠산을 떠나 꽃길을 달리니 오늘도 오후 5시30분에 해가 넘어갔다. 밤길을 달려 바간(Bagan)의 경계에 있는 검문소에 도착하니 외국인은 한 사람에 미화 10달러씩 입장료를 받는다. 바간은 유네스코(UNESCO)의 세계 문화 유산 지정 지역이어서 이곳에서 바간 지역 전체의 입장료를 받고 여러 사원에는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오후 7시55분, 바간에 도착했다. 오늘은 따웅구를 출발해서 바간까지 11시간55분만에 도착했다.

  2000년 11월8일 (수)

 오늘은 하루종일 바간의 파고다를 보는 날이다. 현재 바간에는 2230개의 파고다가 있는데 그 중에서 오늘 하루 몇 개나 보게 될 지 모르겠다.

 에야와디강 중류의 동쪽 평야에 크고 작은 불교 유적이 모여 있는 바간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와 같이 세계 3대 불교 유적 중의 하나다. 지금, 남아 있는 건물들은 11세기에서 13세기까지 바간 왕국이 융성할 때부터 몽고의 쿠빌라이칸의 침공을 받을 때까지 250여 년 사이에 건조되었다. 바간은 미얀마에서 제일 가는 불교 성지이다.

 몽고군은 1287년에 바간 왕국을 침공하여 파고다를 파괴하고 사원을 요새로 만들었다. 몽고군의 지배는 11개월밖에 계속되지 않았으나 바간은 왕년의 영화를 되찾지 못했다. 1369년 바간 왕조는 멸망했다.

 오전 8시에 시장에 가 보았다. 우리 나라 시골 시장과 같다. 음식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 옆에서는 한 동자승이 아침 식사를 시주받고 있다.

 먼저 담마야지카(Dhammayazika) 파고다에 갔다. `보칸베리야"라는 빨간 꽃이 만발한 경내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담마야지카 파고다는 정말 아름답다. 12세기 나라파시팃왕이 건설했으며 슈웨지곤 파고다와 닮은 묵직한 모양의 파고다이다. 대좌가 5각형의 3층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고 올라가는 계단도 각 변마다 있고 작은 탑도 다섯 곳에 세워져 있다. 올라가는 계단 옆 작은 사원에도 불상이 모셔져 있다. 마당에는 나무 화석(化石)도 많이 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