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미 시립 한국이민사박물관장
▲ 신은미 시립 한국이민사박물관장

두 달 후인 8월5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제31회 하계올림픽이 개최된다. 단지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브라질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이 기획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의미에서 KBS의 가요무대 공연이 얼마 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펼쳐진 모양이다. 브라질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등에서 참석한 동포들은 그리운 고국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이민의 애환을 달랬다고 한다.

그런데 이 무대를 취재한 KBS뉴스에서 "1963년 우리나라 국민들이 처음으로 공식 이민을 떠난 나라, 지구 반대편 브라질이었습니다"라는 앵커의 멘트와 관련 화면에 이어서 KBS 사장의 "브라질 이민은 처음으로 실시한 근대 이민의 효시로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는 인터뷰 장면이 나왔다.

1960년대 대한민국 정부가 기획한 농업 이민의 일환으로 브라질로의 이민이 이뤄진 것은 1963년이 맞다. 1962년 12월18일 제1차 브라질 이민단이 부산항을 출발해 다음 해인 1963년 2월12일 산토스 항에 도착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어찌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 이민이라 표현할 수 있는지, 또한 1963년에 떠난 것을 근대 이민의 효시라고 표현한 KBS 사장의 멘트에는 실소마저도 나오지 않는다.

현재 브라질에는 5만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브라질은 1959년 수교를 맺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1960년대 초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과도 외교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당시 인구와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폈고 이런 배경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 농업 이민이 시작됐다.

브라질로의 이민은 1920년대 일본 국적 조선인과 1956년 반공 포로의 이주가 있었으나 본격적인 이민은 1962년에 시작됐으며 이는 남미 이민의 시작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공식 이민은 1902년에 이뤄졌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떠나는 이민선을 타기 위해 모여든 122명의 이민자들. 이 중 84%가 인천 사람들이었다. 갖가지 사연으로 힘든 삶의 무게가 혹시나 바다 건너 낯선 땅에서는 줄어들까 하는 심정으로 이민선을 탔던 이 분들이 바로 우리나라 공식 이민의 첫 발을 디딘 분들이다.

인천 월미도에 자리한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인천시민과 해외 동포들이 함께 뜻을 모아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로 이민사를 다룬 박물관인 것이다.

인천시립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는 가요무대 브라질편을 위해 브라질 이민과 관련해 사진 자료를 몇 점 제공했다. 8월15일부터 이틀간 방영 예정이라는데 방송 말미에 자료 제공자로 한국이민사박물관이 들어갈 것이다. 보도와 가요무대 프로그램만 본다면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그릇된 정보를 전달해 준 것으로 오해를 살 소지도 충분하다.

가요무대는 특히 재외동포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것으로 안다. 비단 브라질 동포들 뿐 아니라 전 세계 동포들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대로 된 이민의 역사를 전달하는 것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진정한 위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외 동포는 7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재일동포, 조선족, 파독 근로자,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할린 한인 등 시대별, 나라별로 한두 가지로 특정지을 수 없는 다양한 사정들로 고국을 떠난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갖가지 사연들로 어려운 시절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자리잡아야 했던 선조들의 삶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를 고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헤아리는 차원에서도 이 같은 관심은 바람직한 일로 생각된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이들의 역사를 포용해 박물관의 전시를 확충할 계획이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인천에 설립된 배경에는 공식 이민의 출발지라는 역사성과 동시에 초기 이민자들의 상당수가 인천사람들이었으며,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이민선을 타고 떠날 때 마지막으로 가슴 속에 새긴 장소가 인천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또한 이민사의 디아스포라적인 귀환의 열매인 인하대학교 설립과 독립 공채를 팔아 상해임시정부를 도왔던 인천 선대들의 애국애족의 꿈과 열정이 이 땅에 서려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올림픽을 계기로 브라질 이민 역사와 브라질 한인에 대해 헤아려보는 한편 한국이민사박물관의 설립 의의와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신은미 시립 한국이민사박물관장